박성현 < 서울대 통계학 교수 / 자연과학대학장 >

지난 5월18일 서울대 인문 사회 자연대 교수들의 ''기초학문 지원''촉구 성명서 발표 이후 기초학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초연구는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한 기초학문에 관한 연구를 지칭하는 것으로서,정부는 기초연구에 보다 과감히 투자할 때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5월22일 교육인적자원부에 기초학문 육성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기초연구는 모든 응용적 지식과 창의적 문화·산업 활동의 기반이다.

기초연구의 뒷받침이 없으면 미래의 국가경쟁력이라는 것도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DNA 구조에 대한 기초연구를 통해 유전자 특성이 규명되면 이 지식을 특허화할 수 있으며,이에 따른 유전자 조작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은 동식물 개량 등 녹색혁명이나 의학혁명을 가능하게 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며 국가경쟁력을 높인다.

기초연구에 투자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서 얻은 기초연구 결과를 사오거나,흉내내어 따라가려고 하는 과학기술정책은 한계가 있다.

과학기술 연구활동은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의 3단계로 나누어진다.

''2000 과학기술연감''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999년도 연구개발비 구성은 기초연구에 13.6%,응용연구에 25.7%,개발연구에 60.7%를 사용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기초연구 투자비율이 모두 높다.

특히 우리와 인구규모가 비슷한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각각 22.2%,21.2%를 기초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총연구개발비는 우리나라의 3.2배,4.9배이며,기초연구투자비는 우리나라보다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5.2배,7.6배 더 많다.

프랑스와 독일 같은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총연구개발비를 늘리고, 특히 기초연구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혹자는 나라 경제가 어렵고,재정지출 할 곳이 많은데 단기적 성과도 잘 안나오는 기초연구에 어떻게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가 하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불황기에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기업은 살아남고,그렇지 못한 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듯이,국가도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과감히 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과학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만들어진 대덕연구단지는 그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오며 우리 경제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

최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 중 80%가 5년 이내에 직장을 떠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기초과학분야의 연구원들이 받는 아픔이 얼마나 큰가를 입증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다시 한번 ''과학입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과학자들이 신념을 갖고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제대로 대우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과학기술부의 이공계열 연구지원비 가운데 기초과학 연구사업에는 1천7백여억원이 지원된 반면,응용분야에는 4천3백여억원이 지원됐다.

이것은 잘못된 배분이다.

응용이나 개발분야는 기업의 몫이므로 국가는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마땅하다.

최소한 1대1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98년 정부의 연구개발관계 예산을 비교하여 보면,우리나라는 21억달러로 총 예산대비율이 2.73%이고,일본은 2백32억달러로 5.81%,미국은 7백36억달러로 4.46%이다.

배율로 보면 일본은 우리의 11배,미국은 우리의 35배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연구개발예산이 절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관계 예산은 최소한 4% 수준은 돼야 한다.

물론 정부에서는 국방예산,복지예산 등 쓸 곳이 많겠지만,연구개발은 국가경쟁력의 기초이므로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 국방 산업 과학 문화 복지 등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제는 기초를 생각할 때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기초질서를 지키고,연구에서는 기초연구를 우선하여야 하며,과학에서는 기초과학을 먼저 생각하고,학문에서는 기초학문을 우대해야 모든 것이 바르게 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 유의하여 국가와 대학은 기초과학 운영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

parksh@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