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동아시아 경제가 올 여름 심각한 위기를 겪을지 모른다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지역은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고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갈 강력한 정치지도력이 없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또한차례 통화위기를 치를지도 모를 위험에 직면해 있다.

동아시아 경제위기설의 진원지는 두가지다.

하나는 미국경기 침체로 인해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이 지역이 일본식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지속해왔고 대미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조적인 특징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점이 강조되는 까닭은 정보통신제품이 동아시아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진데다 대부분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은 특히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이른바 신흥공업국(NICS)들에서 두드러진다.

또다른 진원지는 구조조정 부진과 정치혼란으로 대표되는 내적 갈등을 꼽을 수 있다.

외부충격을 완화하자면 미국경기 침체가 본격화 되기 전에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이같은 사정은 이해집단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더욱 증폭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가 특히 심하며 대만 한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동아시아 각국이 전혀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통화스와프협정을 맺어 유사시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하고 있으며 외환보유고도 지난 97년에 비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시장을 개방할 경우 지역경제 안정에 어느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같은 변수들이 미국경기 둔화나 구조조정 부진과 같은 안팎의 악재를 진정시키기에 역부족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단기적인 대응책으로 통화가치 절하에 매달리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가 엔저현상 재발이나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다.

또한가지 불안요인은 달러화가 10∼20% 정도 과대평가돼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미국으로 외국자본이 몰리고 있지만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잇달은 금리인하,그리고 휘발유가격 앙등을 비롯한 물가상승 압력을 감안할 때 달러가치가 급락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