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2개월여에 걸친 고뇌 끝에 마련된 이번 대책에는 지역가입자 정부지원을 50%로 늘리고,보험료를 내년부터 5년간 연평균 9% 인상하는 한편 20여개의 단기대책을 추진해 연간 2조5천억원의 지출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한마디로 적자를 줄이기 위해 국민부담을 대폭 늘리고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국민 의사 약사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마련한 방안이라고는 하나 과연 이런 대책으로 보험재정이 안정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선 국민 의사 약사 3주체 모두가 ''땜질식 처방''으로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대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부터가 문제다.

보험료 인상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겠으나 과잉진료에다 부당청구로 보험료가 낭비되고 있는 마당에 보험료를 5년간 연평균 9%나 올리는데 동의할 국민들은 많지 않다.

보험료 인상과 혜택축소를 논하기에 앞서 감사원조차 과다하게 인상된 것으로 지적한 보험수가를 적정수준으로 인하하고 보험재정의 낭비요인부터 줄이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다.

아울러 진찰료와 처방료의 통합,주사제의 의약분업 제외 등의 대책은 국민불편 해소와 의보재정에는 어느정도 도움을 줄 것이나 의사 약사들이 반발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

진찰·처방료 통합,차등수가제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법정공방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이 모든 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재정균형을 낙관만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솔직히 2006년에는 수지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계 자체가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지부터가 의문이다. 노령화, 의료의 고급화로 지난 91년부터 급여비 자연증가분만 연평균 17%나 되는데 보험료 9% 인상으로 어떻게 재정균형이 가능한지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현재의 보험재정 위기는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의료정책에 따른 모순이 수십년간 누적된데다 무리하게 추진된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이 겹쳐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를 그대로 두고 재정안정 대책을 강구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의보재정 파탄위기를 몰고 온 근본 원인을 좀 더 겸허한 자세로 진단해 잘못된 정책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 의사 약사 등 이해당사자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