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스트의 양윤선(37) 대표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흰 가운을 입은 여의사였다.

1989년 서울의대를 수석 졸업하고 94년 임상병리과 전문의 자격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던 그가 지난해 6월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

안정된 직업인 의사에서 고위험 직종 벤처로 배를 바꿔 탄 것.

정작 양 대표의 가족들은 말리지 않았다.

어렸을때부터 하고 싶은 일은 하고야 마는 그의 성격을 알기 때문.

양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에서 7년간 환자를 검사하고 장기이식 면역학을 연구했다.

그가 메디포스트를 창업한 것은 탯줄혈액의 소중함과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됐기 때문.

한국에서만도 1년에 70만개가 버려지는 탯줄이지만 탯줄혈액에는 생명의 불꽃을 지필 수 있는 줄기세포가 들어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줄기세포의 거부반응이 적고 이식이 용이해 골수이식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식 부족으로 대부분의 탯줄을 태워 버리고 있다.

양 대표는 시장의 잠재성을 보았다.

병원에서 3년간 탯줄혈액 은행을 운영한 경험도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양 대표를 포함해 6명의 의사가 의기투합해 메디포스트를 세웠다.

이중 양 대표와 서울중앙병원 의사 출신의 양승은 연구팀장을 빼곤 겸직을 하고 있다.

외국계 컨설팅업체 출신인 진창현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양 대표의 경우 설립초기에는 기술부문 최고책임자(CTO)의 역할을 맡았다.

메디포스트는 산모에게 기증받은 탯줄혈액의 줄기세포를 보관한 뒤 환자에게 공급하는 공공은행과 가족을 위해 이를 보관하는 사설은행을 운영중이다.

공공은행은 2천여명분의 줄기세포를 냉동보관중이다.

올들어 부산 동아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이 회사가 제공한 줄기세포를 백혈병 환자 등에게 이식하는 시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사설은행의 경우 최근들어 월 1백여명분이 보관을 요청해 오고 있다.

1백만원을 내면 15년간 보관을 해준다.

단순보관이 아니다.

유전자검사를 하고 사람의 조직적합항원형을 판별하는 한편 바이러스 등의 질병감염 조사를 거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작업이 병행된다.

사설은행은 일종의 가족 건강보험이라는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가족의 구성원이 치명적인 병에 걸릴 경우 탯줄혈액의 줄기세포가 생명의 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양 대표는 탯줄혈액의 인식 확산을 마케팅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 및 닷컴기업들과의 공동마케팅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

줄기세포 보관과 이식수술료 제공 등을 내용으로 하는 건강보험상품을 동양생명과 함께 개발해 내놓기로 했다.

육아관련 사이트인 쌩스맘 등의 회원들에게 보관료를 할인해 주고 있다.

양 대표에게 탯줄혈액 은행은 창업초기의 주력사업일 뿐이다.

줄기세포를 신경세포 심장근육세포 등 조직세포로 분화하는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줄기세포에 대한 조직공학은 선진국에서도 연구단계에 있다.

그는 2년내에 특정 조직세포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도전하면 줄곧 1등을 해온 그가 조직공학에서도 "수석"을 차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031)264-6677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