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산하 국제기후회의(IPCC)가 지난 2월 발표한 ''기후변화 2001''은 21세기에 지구의 기온이 섭씨 5.8도 가량 오르고 해수면이 14~80㎝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안이 침수되고 고온 가뭄 홍수 등 이상 기후현상이 빈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우리 기상연구소는 지난 75년 동안 평균기온이 1.1도 증가했고 2060년께는 현재보다 2도 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해 IPCC 보고서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부지방과 경북 일부 지방이 극심한 봄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석달 째다.

강우량이 예년의 10~20% 밖에 되지 않아 농업용수 싸움이 일어나는가 하면 식수마저 구하기 힘든 지역도 나타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전국 38곳 기상대 가운데 22곳의 3~5월 강우량이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량을 기록했다는 발표는 가뭄의 심각성을 짚어보게 한다.

게다가 일찍 찾아 든 초여름 더위에 봄꽃들은 피는가 했더니 어느새 져버리고 녹음이 우거졌다.

아카시아는 숲의 면적이 13만㏊에 이르는 흔한 나무다.

꽃은 5월초부터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피고 강원 북부에서는 6월초까지 핀다.

그런데 올해는 가뭄과 고온현상으로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꽃이 피고 개화시기도 5일이나 빨라 벌써 거의 다 져버리는 이변이 생겼다.

그 통에 북쪽으로 이동하며 꿀을 채취해 오던 4만여 농가의 양봉가들이 낭패를 보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꿀채취가 20년래 처음 반타작에 그쳤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평균 꿀생산량은 약 8천t이고 그 80%가 아카시아꿀이다.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이상기후의 피해자들이 생긴 셈이다.

옛 사람들은 겨울이 따뜻해 때아닌 꽃이 피거나 여름날씨가 차지면 음양이 조화를 잃었다고 해서 해괴제(解怪祭)를 지냈다.

옛날에도 지금보다 잦지는 않았어도 이상기후가 있었던 모양이다.

과학적 지식이 전무했던 시대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대기오염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아카시아 꿀 흉년 소식이 온난화를 알리는 적신호는 아닌가 해서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