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동안 1조3천5백억달러의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이 미국 상하 양원을 통과함에 따라 대규모 감세가 미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세금감면이 소비지출을 늘림으로써 경기상승을 유도할 것인지,아니면 재정적자를 심화시키고 교육과 사회복지부문의 예산지출을 줄이게 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번 감세정책의 성공여부가 향후 미국경제, 더나아가 세계경제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만은 확실하다.

이번 감세안이 초당적인 지지속에 유례없이 신속하게 처리된 배경에는 장기호황 끝에 최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국경기를 되살려야 한다는 조바심이 깔려 있다.

그만큼 미국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이번에 통과된 감세안이 얼마나 강력하게 실행될지에 모아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감세로 촉발되는 소비증대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점과 관련해 주목할 것은 감세혜택이 고소득계층 1%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고소득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은 저소득층보다 낮기 때문에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는 소비진작보다는 저축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경우 늘어나는 저축을 투자로 연결시키자면 과거 정보통신산업과 같은 유망한 투자대상이 부각돼야 하는데 당분간은 쉽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유통부문의 재고물량이 아직도 상당한 규모에 달하고 있는 점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중의 하나다.

지난달중 내구소비재 주문이 한달전에 비해 5%나 줄었으며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1.3%에 그친 것도 향후 경기흐름을 낙관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지속적인 금융완화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 증대로 인한 신용경색 가능성이 잠재하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상황에서 빠르면 올여름부터 시행되는 세금환급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올 하반기중 미국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향후 10년동안 5조6천억달러의 재정흑자가 난다는 전제아래 추진한 감세안의 밑바탕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감세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실패하고 재정적자가 늘어날 경우 만성적인 무역수지적자와 함께 달러가치를 끌어내려 세계경제의 안정을 해칠 수도 있다.

벌써부터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토머스 대슐 상원의원이 재정적자가 심화될 경우 이번 감세안을 다시 개정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