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경영대학원인 메릴랜드대학 MBA학생들은 최근 졸업을 앞두고 한때 자랑스러운 동문이었던 변호사 게라드 에번스의 강의를 들었다.

이른바 선배와의 대화. 특이한 점은 강의 장소였다. 학교에서 차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연방교도소. 선배인 에번스가 수번 33950-037의 죄수인 탓이다.

학생들은 여기서 에번스 말고도 전직 부동산회사 CEO인 몬테 그린바움,보험자산운용회사 CEO였던 그레고리 갬블 등의 강의도 들을수 있었다.

교도소 방문은 이학교 MBA졸업을 위한 ''전공필수''.기업윤리과목의 한 과정으로 누가 봐도 똑똑하고 성공한 사업가대열에 끼였던 선배들이 어떻게 교도소에 갔고 지금 상태가 어떤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마련했다.

미국에선 지난 20년간 살인 강간 폭행 등 폭력형 범죄는 감소 추세다. 그러나 횡령 사기 등 화이트칼라 범죄는 법령 강화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컴퓨터의 발달과 국경을 넘나드는 상거래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머리만 잘 굴리면 범죄를 저지르기도,또 이를 감추기도 쉽기 때문이다.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여성들의 화이트칼라 범죄 가담률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교측은 "국제적인 회사들의 금융사기나 횡령사건 등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회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개입돼 있다"며 "이들은 거의 MBA출신"이라고 말한다.

MBA출신들의 윤리의식이 희박하면 그만큼 커다란 사회적 죄악을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복잡한 금융지식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익조작 돈세탁 지적재산권침해 내부자거래 등 그들의 잘못된 행위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배''들이 고백하는 가장 큰 실수는 오만함.한때 그를 통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평까지 들었으나 하원의원과 짜고 가짜 법안을 만든 혐의로 30개월형을 살고 있는 에번스는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됐고 잘못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한다.

결과는 가정파탄으로 이어졌고 지금 정신적으론 완전히 황폐한 상태라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