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완화 분위기에 안도하던 재계가 여천NCC의 파업에 이어 25일 효성 울산 공장이 14년만에 파업에 들어가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다음달 12일로 예고된 노동계의 총파업을 앞두고 대한항공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비행기 운항을 중단,국내외 항로가 단절되는 경우 외자유치와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태풍의 눈 대한항공=''올해 하투의 뇌관은 대한항공?''

재계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파업에 들어갔을 때도 회사측은 정부의 종용으로 노조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도 민주노총이 다음달 12일 총파업을 경고하는 가운데 대한항공 노종사 노조는 파업의 ''전위부대'' 역할을 맡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고학력 전문직인데다 파업에 따른 파장이 큰 조종사 노조의 투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조종사의 파업으로 하루 평균 2백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객의 비즈니스가 중단된 것까지 감안하면 직·간접적인 피해는 크게 불어난다.

회사측은 조종사들이 요구하는 14개항을 다 들어줄 경우 6백10억원(총액기준 59% 인상 효과)의 추가부담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고환율과 고유가로 1·4분기만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에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효성의 설비합리화 난관=25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효성 울산공장은 이날 새벽 노사간에 폭력사태까지 발생,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효성측은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일부 근로자들이 정상 출근해 조업하고 있으며 나일론원사 생산공정 일부가 노조원들의 집회 참여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효성은 "채산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구 설비의 일부를 신 설비로 바꾸면서 일부 인원을 전환배치하고 비정규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구속자 석방 및 원직복귀와 부당 징계자 원상복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태광산업 울산공장도 탄소섬유 공정 가동중단 방침을 밝히자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후유증 앓는 여천NCC=99년말 자율빅딜로 통합된 국내 최대의 에틸렌 생산회사인 여천NCC 노동조합은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10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2백90%의 성과급 지급과 임금조정을 내세웠지만 통합이후 1년반 동안 노사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공장은 국내 생산량(5백20만톤)의 4분의1 수준인 연간 1백35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여천단지의 한화석유화학 대림산업 호남석유화학 등 14개 업체에 합성수지 원료를 공급하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들 업체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

정구학·김용준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