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통민속주를 비롯한 우리 술 시장이 활기를 띠고있다.

맥주나 소주시장 확산에만 집중해온 대기업이 우리 술시장에 관심을 갖게됐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매실주 인삼주 동충하초주 등 다양한 술들이 전국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전통주 업계에서도 중견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바람직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과거와 달라진 우리 술시장의 제도변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주도한 주류산업 규제개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정 면허업체의 전유물이었던 제조시장을 개방하고 40년간 우리 술시장의 경쟁구조를 지배해왔던 탁주공급구역 제한제도를 폐지하는 등 유통제도 정비가 우리 술 산업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지난날 우리는 술 시장에 대한 정책 철학과 제도를 갖지 못했음이 사실이다.

문화적 자존심인 전통 민속주의 육성을 외면해 왔으며 소비자의 제품선택권 마저 제한해 왔다.

주류 유통산업은 탈세와 불법거래의 온상으로 방치돼 왔다.

아직도 전투적 음주문화가 만연해 있다.

전문가들이 지난 20세기 1백년을 아쉬워하고 이 시기를 ''우리 주류산업의 암흑기''로 단언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시대마다 지방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주류를 개발 제조하고 예절바른 술 문화를 전승해 왔다.

구한말에는 최소 2천종 이상의 술이 있었다.

그러나 1907년 일제의 한반도 수탈정책으로 주세령이 공포된후 면허제를 활용한 엄격한 제조 통제정책으로 약주 탁주 소주와 더불어 일본청주와 맥주로 제조품목이 단순화되고 말았다.

해방후에도 이러한 일본식 산업제도는 큰변화없이 유지되어 왔다.

우리 술시장 규모는 연 22조원이상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우리 술의 설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수입주류의 천국이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전천후 통제라는 경직된 정책을 펴왔던 정부와 면허를 통해 배타적 이권을 향유했던 기업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경쟁과 신규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산업 제도하에서 기득권을 가진 주류 제조업체들은 ''제도의 틀''속에 안주해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고 고유의 술 보존에 관심을 갖지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주에 대한 무관심은 산업화는 커녕 ''원형 재현''마저 쉽지않아 전통문화를 퇴보시켰다.

주류산업의 맹점을 되새겨보면 경쟁이 활성화되어야 할 제조업은 규제로 묶어두고 엄격히 통제되어야 할 유통업은 오히려 방치상태로 뒀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주류산업을 규제하는데도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풀 것은 풀되 묶을 것은 오히려 더 체계적으로 묶는 개혁의 균형감각이 성공적인 제도도입의 관건이다.

제조과정의 규제는 획기적으로 푸는 반면 유통과정은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류산업 규제개혁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조시설 기준 설정,도매 및 소매창구 정비,주류전문소매점 도입 등 풀어야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남은 부문의 규제개혁 역시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술이 만들어지고 고유의 술을 즐겨마실 수 있는 시대가 하루빨리 열리길 바란다.

중앙대 교수 hbjeong@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