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구 <고려대 경영학 교수.경영대학장>

최근 국회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제한하는 기금관리법을 개정해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의 길을 열어 놓았다.

그동안 우리 증권시장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수요기반이 취약하고 증권시장의 폭과 깊이 또한 충분치 못해 작은 대내외 경제충격에도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특히 외국투자자의 동향에 의해 시장상황이 크게 영향 받는 문제점을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대한 잠재투자수요를 가진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연기금은 운용자산의 30∼50%를 주식투자에 운용하여 장기적인 수익 극대화를 기하는 한편 주요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매우 낮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인구고령화와 사회복지정책의 확대로 연기금의 자산운용 규모가 급증하고 있고 연기금도 자산운용에 있어 안정성 확보와 더불어 운용수익의 극대화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기금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증시에서 중장기 투자자로서 증권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선진국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식투자 확대를 계기로 연기금이 적극적인 투자가로서 경영감시활동을 수행함으로써 기업경영과 증권시장의 체질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최근 한 대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국내 연기금이 소액주주의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그 좋은 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인위적인 증시부양의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연기금이 주식투자 실패로 손실을 입을 때는 연기금의 기초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며,고유의 사업목적을 지닌 국내 연기금의 특성상 조기복구가 거의 불가능하고 엄청난 복구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므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에 앞서 우선 연기금의 자산운용능력을 제고하고 투자위험관리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기금의 자산운용능력이 높아지면 주식투자 확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며,엄격한 투자위험관리를 통해 기금의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지나치게 제한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연기금의 운용능력 확충 및 주가하락에 대비한 위험관리수단 확보 등 제도적인 장치마련에 그쳐야 할 것이며,정부가 인위적으로 투자규모와 시기를 결정하는 등 기금운용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이는 연기금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증권시장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시장흐름을 왜곡시켜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기금 스스로도 기금운용의 독립성,투명성 및 책임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투자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연기금의 관리와 운용에는 고도의 전문성과 오랜 기간의 운영경험 축적, 그리고 다양한 운용기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기금은 자체적으로 운용자산의 증대에 걸맞게 전문인력의 확보와 전산운영시스템의 확충,운용실적에 대한 장기평가체제 마련 및 내부 위험관리시스템 강화 등 투자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위해 정부는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각종 법령 및 연기금의 내부운용지침 등 주식투자의 제약 요인을 조속히 정비함으로써 기금운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분산투자를 통한 투자위험 최소화를 위해 투자대상자산을 확대하고,특히 연기금의 운용전략을 다양화 전문화하고,투자의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다양한 간접금융상품을 개발함은 물론 투자수익에 대한 세제상의 지원 등 보다 실효성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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