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보름 이상 끌어온 1,290원대를 뚫고 아래로 내려섰다.

개장초부터 시장거래자들이 달러매도(숏)플레이에 적극 나서면서 전날보다 10원이상 떨어진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근래 2주이상 굳건하게 지켜오던 1,290∼1,310원의 박스권 범위를 벗어나며 전날보다 10원이나 빠진 1,286.50원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개장초 1,286.60원까지 내려서 이달 들어 새로운 저점을 형성했던 환율은 오전장 막판 달러/엔이 122엔을 뚫고 내려설 기세를 보이자 1,286.10원까지 찍었다.

달러/엔의 하락세에 곁들여 역외세력의 매도세와 외국인 주식순매수분이 적극적으로 환율을 아래쪽으로 끌어내렸다. 절대적인 달러공급우위의 장세다.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와 1,287원대에서 나온 업체들의 결제수요가 환율하락을 막았으나 역부족이었다.

장기적인 박스권 추세가 깨지며 이를 본격적으로 벗어던질 지에 관심이 몰리는 가운데 거래자들은 1∼2주 넓게 생각해 새로운 방향모색에 한창이다. 1,290원보다 1,280원에 대한 지지력이 강해 이 레벨마저 뚫으면 추세전환을 적극 모색해 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오후에도 달러/엔이 더 빠질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이 예상돼 1,283원까지 추가하락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결제수요가 조금씩 있으나 달러/엔 약세가 지속돼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개장가가 오늘 고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며 반등할 만한 여지가 없다"며 "달러/엔이 오후에 121엔대로 내려서고 외국인 주식순매수분이 추가유입되면 1,282∼1,283원까지 내려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추가하락세를 이어가면 1,280원도 뚫고 내려설 수도 있고 외환당국에서 속도조절용으로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엔 환율은 뉴욕장에서 하락세가 유지되며 122.82엔에 마감했으며 도쿄장에서 더 아래로 미끄러져 122.10엔대로 내려섰다. 달러/원의 하락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

최근 달러/엔의 방향타로 작용하고 있는 닛케이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이내 반등하면서 전날보다 70.16포인트, 0.50% 오른 1만4,161.35에 오전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지난 닷새간 이어온 순매수 기조를 멈추고 순매도쪽에 무게를 뒀다. 낮 12시 13분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억원, 77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중이나 매도규모가 크지 않아 환율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21일이후 외국인 순매수자금이 오전중 3∼4,000만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환율하락을 도왔으며 오후에도 계속 나와 환율 하락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뉴욕장에서 달러/엔과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이 내림세를 이어간 것을 반영, 전날보다 5원이 낮은 1,291.50원에 출발했다.

개장 직후 내림세를 가속한 환율은 2주동안 저항선이었던 1,290원을 깨고 1,286.60원까지 저점을 확대했다. 지난 4일 기록한 1,287원이 이달 저점이었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이 122엔 초반에서 쳇바퀴를 돌고 거래자간 물량 주고받기식의 거래가 이어지면서 1,287원대에서 한동안 숨고르기를 거친 뒤 달러/엔 하락을 타고 전날보다 10.40원이나 빠진 1,296.10원까지 내려섰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