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설탕 등 식품 원부자재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밀가루는 지난 2월 12.7% 가량 올라 1포당 8천7백51원에서 9천8백54원이 됐다.

설탕은 지난달 중순 평균 5.8% 가량 인상돼 가정용 소포장 1㎏의 경우 8백49원에서 9백12원이 됐다.

원부자재의 가격 인상은 라면 등 완제품가격이 최근 인상된 후에야 세간에 노출됐다.

제분및 제당업체들은 "환율이 상승한데다 원재료의 국제시세가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인상배경을 설명했다.

환율은 지난해 평균 1천1백30원에서 최근 1천3백원대로 15% 가량 오른 상태다.

원당의 국제 시세도 지난 연말 상당폭 올랐다.

업체들의 주장이 이치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인상요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인상자체보다는 올린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업체들은 원부자재의 가격을 올리면서 그동안 해오던 관례를 깼다.

가격인상에 대한 공식 발표 절차를 빼고 슬그머니 실행을 했다.

언론에서 뒤늦게 이를 알고 기사화하자 특정회사는 "우리는 다른 경쟁회사들보다 늦게 올렸다"는 변명도 늘어놨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 뒤늦게 알려지게 된 것은 정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설탕이나 밀가루는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다.

값을 올릴 때 정부의 승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업체와 정부당국자들의 긴밀한 협의를 거친다.

정부는 밀가루와 설탕의 가격인상 요인이 있으니 올리더라도 드러내놓고 발표를 하지는 말라는 주문을 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를 공식 발표할 경우 다른 제품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물가 인상이 도미노 현상을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다.

또 기업은 영업손실을 내면서까지 경영을 할 수는 없다.

수익을 내는 것은 기업의 최고 덕목이고 이익을 내지 못하면 기업은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지만 비용절감을 통해 인상요인을 흡수하는 노력 등에 이어 올린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식의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놓고 정부와 기업의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진 셈이다.

윤진식 생활경제부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