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살아난다는 얘기인지 경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인지 정부 당국자들의 말이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현장경기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서울시내 한 택시기사의 푸념이다.

연초엔 경기가 당초 예상을 밑돌 것이라고 하더니 요즈음은 다시 생각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하니 어느 말을 믿어야할지 어리둥절하다는 얘기다.

기자가 봐도 그렇다.

김대중 대통령이 경기회복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친지 며칠후 진념 재경부 장관은 ''회복국면이라고 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다른 진단을 해대는 판국이니 일반서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삼성경제연구소등 각종 연구소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등이 좋아지고 있으며 수출견인차의 하나인 전자전기부품의 생산량도 5월들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증권시장도 이제 6백선을 넘어 지속적인 추가상승에 투자자들의 마음을 부풀리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경제관료들의 진단도 명쾌하지 않다.

자리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호전국면''에서 ''아직 멀었다''까지 진단의 폭이 너무 넓다.

차라리 서민들의 진단은 단순명쾌하다.

체감경기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그저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만 무성할 뿐 실제로 전혀 나아지는 바가 없다"는게 이들의 푸념이다.

심지어 정부나 연구소가 지표상으로만 나타내는 것은 믿을게 아니라는 말도 내뱉는다.

올해초부터 경제가 바닥을 다졌으며 회복하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왔다는 점이다.

정부도 2월부터 각종 실물경기 지표는 일제히 고개를 드는등 경기 회복이 성큼 다가왔다고 진단해왔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여당은 신축주택 구입자에게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는등 다분히 경기부양적인 정책수단들을 동원할 태세다.

정부가 현재 경기를 바닥으로 보는지,실제로는 부양하지 않으면 안되는 국면으로 보는지 분명치 않다.

만약 정부가 경기국면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서 흉흉한 민심을 의식한 나머지 섣불리 ''부양유혹''에 빠진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부추기는등 예상밖으로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다.

오춘호 기획부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