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건강보험재정 파탄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보건복지부 간부들에 대해 문책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것은 정책실패를 둘러싼 정부의 책임떠넘기기로 비쳐질 소지가 충분하다.

감사원이 이달말로 예정된 건강보험재정안정 종합대책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책임자 문책을 거론하고 나선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종합대책이란 것이 결국 국민부담을 전제로한 것일 수 밖에 없는 이상, 민심이반을 막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한데다 정치적으로 여당에 결정적 악재인 의약분업의 책임 소재를 가려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족쇄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징계문제는 공직자의 비리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실패에 대한 문책이 가능한 것이냐는 원론적 의문에서부터 고위 정책결정자는 놔두고 실무책임자만 문책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형평성 문제까지 여러갈래의 논란이 있을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의약분업 과정에서 정책준비를 게을리했던 관리들에게 정책파탄의 책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은 정부여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정책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것이 잘못된 것으로 판정나자 정치권은 빠져나가고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은 합당한 처사라고 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민생과 직결된 정책실수가 치명적인 국정혼선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의약분업의 실패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특감이 의약분업의 정책결정 과정보다는 실무책임자들의 업무추진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잘못된 방향설정으로 보인다.

의약분업이 실패한 정책임이 명백해진 이상, 실무책임자 몇명을 징계하는 선에서 봉합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