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섭 <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실장 >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과의 무역적자가 상당히 큰 규모라는 사실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작년 한해만 해도 1백14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일본인들은 일본이 여행수지면에서 한국에 적자이기 때문에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대수롭지 않다고 믿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일 여행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일 여행수지는 집계상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기관은 없으나 관광공사에서 작성, 발표하는 통계를 이용해 추정해 볼 수는 있다.

우선 관광수지를 추정하기 위해 법무부에서 집계하는 출입국자수 통계를 보자.

지난 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인 입국자수는 2백47만2천명선으로 같은 기간중 일본을 방문한 우리나라 사람의 수 1백10만1천명의 2.3배에 달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수에 외국인 입국자 1인당 평균지출액인 1천2백44달러를 곱하여 일본인이 2000년중 한국관광에서 지출한 비용을 추정해 보면 그 규모는 30억7천5백만달러에 달한다.

한편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수에 우리나라 사람의 1인당 평균지출액을 곱해 한국인이 일본관광에서 지출한 비용을 추정해 보면 그 규모는 13억3천7백만달러 수준이다.

이 추정치를 근거로 2000년중 우리나라의 대일 관광수지를 추산해 보면 약 17억3천8백만달러 흑자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제수지표상의 여행수지는 유학.연수수지와 순수여행수지 두가지로 나눠진다.

위에서 추정한 관광수지는 순수여행수지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유학.연수수지는 별도로 추정할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의 유학생 교류현황을 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인 유학생수는 2000년에 1천6백92명에 불과한 반면 일본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인수는 1만3천8백17명에 달해 한국인의 일본 유학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따라 유학.연수수지는 우리가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집계한 외국인 유학생 1인당 평균경비와 한국인 유학생의 1인당 평균경비를 감안해 보면 우리나라는 유학수지면에서 일본에 약 1억달러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유학수지를 위에서 추정한 관광수지에 더하면 우리나라의 대일 여행수지는 2000년에 약 16억달러 흑자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나라의 대일 여행수지는 흑자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으며 특히 일본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무역적자를 상쇄할 정도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다.

혹시 우리나라의 대일 여행수지가 흑자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를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일본인이 있다면 우리는 이같은 객관적 통계의 제시를 통해 시각을 교정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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