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의사 친구가 홀로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 생활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며느리도 직장에 나가고 여럿 있는 손주들도 말이 안 통하는 할머니를 멀리하게 되자, 어머니는 일요일마다 나가는 한국 교회가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중 치매기가 들기 시작한 어머니는 스스로 요양원에 가시길 진심으로 바랐고, 친구도 내키진 않았지만, 어머니를 고급 유료양로원에 입원시키게 됐다.

그랬더니 주변 한국인 사회에서 "살만한 사람이 어머니를 그렇게 대접해서 되느냐"는 말과 손가락질을해 괴로웠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우리의 미풍양속은 병든 부모를 자식이 모시는 것이 당연했고 그렇게 하도록 훈련받았고 또 사회적으로 강요됐다.

그런데 치매 노인을 가족이 돌봐서 병세를 악화시킨다고 하니 이는 단순한 뉴스 해설이라기보다는 문자 그대로 우리 사회가 노인을 보는 관점의 대전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인 문제는 세가지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노인 문제는 경제적 문제다.

과거 수명이 짧았던 시대,그리고 대가족 시대에는 노부모를 모시는 것이 경제적으로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이 약 75세이므로 정년 퇴직 후 20∼30년을 별다른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둘째,노인 문제는 사회적 문제다.

우리의 조부모 시대 즉 농경시대에는 평생 이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거나 한번쯤 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이 일생동안 하는 이사의 횟수는 13회이고 우리나라는 7회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사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은 물론 자식교육 때문에,사업상의 이유로,그리고 공무로 해외 거주가 더 늘게 되면 노인들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셋째,노인 문제는 도덕적 문제다.

즉 어떤 이유든 부모를 모시지 않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가 하는 것이다.

젊은이의 이동성은 높아지고 늙은이의 수명은 더 길어진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중요한 덕목이자 미풍양속인 ''효도''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것이 문제다.

효도하지 않는 자식에게 과징금을 물리고 있고(다르게 표현해 벌을 주고 있고) 그 반대로 부모를 모시는 사람에게는 세금 감면도 해주고 있지 않은가.

한자의 효(孝)를 해자(解字)하면 늙은이(老)를 젊은 자식(子)이 업고 있는 형태다.

어찌 보면 그래서 예부터 지혜로운 노인들은 자신의 노후 생계를 위해 사회 문화적으로 효를 강조했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교육도 그렇게 시켰다.

어떤 사람이 고향을 떠나 비록 타지에서 성공했다고 해도 그에게 출향 인사라는 낙인을 찍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속담도 자식들을 부모 주변에 묶어두려는 일종의 심리적 장치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노인 문제를 가족의 영역에 맡기거나 국가의 복지정책 대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소수인구 문제(minority problem)로 보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대책을 세울 때가 되었다.

게다가 노인인구 집단은 다른 소수 인구,예컨대 장애인,성차별,그리고 실업자 문제와는 달리 조만간 누구에게나 해당되고 점점 더 수적으로 많아진다는 정치적 문제도 안고 있다.

노인 문제는 여러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겠지만 가장 긴급한 것은 경제적 접근이다.

자기 자신이 이미 90세가 넘은 노인이면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고령화 사회가 된 만큼 정년을 대폭 늘리든지 또는 아예 없애라는 것이다.

정년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산업사회에서는 노인에게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계속시키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지식사회는 근육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정리해고를 나이 순서로 일률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무능한 사람을 골라내라는 것이다.

셋째,지식사회의 지식근로자는 제2의 인생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인들 최후의 의지처인 연금기금의 원리금을 어떤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정부도 훼손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jklee48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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