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얘기지만 미국 비즈니스 스쿨은 미국 직장인을 위한 재교육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1980년대 이후 외국인들의 지원이 많아지면서 변화가 적잖았지만 평가 방식은 철저히 미국식이다.

예를 들면 과외활동과 자원봉사 등의 경험이 주요 평가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요즘이야 국내에서도 이런 활동을 강조하는 추세지만 미국 MBA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30대 직장인들로선 원서에 써넣을 이런 종류의 경험이 적다.

다양한 직장경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미국식이다.

우리 실정에선 많아야 4년 정도 직장 경력이 쌓이는 30세(여자 27세)쯤에 지원한다면 정상적인 경우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한 게 경험의 전부일 것이다.

반면 같은 30세의 경우 미국인들은 대학 졸업후 군대도 안가고 2년에 한번씩 직장을 옮겨 많게는 서너 회사 이름을 이력서에 넣고 대여섯 직급과 직책을 늘어놓을 수 있다.

우린 군대 경력마저도 없다면 A4지 한 장에 가득 채울 것을 요구하는 레주메(resume:이력서)에 넣을 것이 거의 없다.

뿐만 아니다.

자기소개서의 일종인 에세이(essay)도 시험과 면접으로만 승부해온 우리 경험과는 거리가 있다.

입사 원서에 자기소개를 쓰는 곳이 있지만 이것 때문에 한두 달을 허비하는 이들은 없잖은가.

입사할 때 접수창구에서 자기소개서를 휘갈려 쓴 경험까지 있는 우리 직장인들에겐 "당신 인생에서 가장 큰 성취는 무엇이었나" "왜 MBA를 하려는 것이냐" "왜 하필 우리 학교냐" "졸업 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직장 인생의 최종 목표는 뭐냐" 등의 질문에 장문으로 답해야 하는 에세이가 낯간지러운 자화자찬 실력을 테스트하는 영작문 숙제 이상으로 느껴지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미국 MBA 과정에 들어가기로 작정했다면 평가 기준을 따라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세계 각국에서 많게는 1만명이 한 한교에 원서를 내는 경쟁상황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여기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바쁜 직장생활과 병행해 지원준비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략적인 접근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우선순위를 제대로 매겨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간도 최대한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

먼저,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입학이 9월이지만 외국인들을 위한 MBA 지원서류 마감은 대부분 1월 중순에 몰려 있다.

와튼스쿨 등 3월말까지 원서를 받는 학교도 있지만 비자 발급 등의 문제 때문에 아무리 늦어도 1월말까지는 지원을 마쳐야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

서류 마무리에 보름 내지 한 달이 걸리니 늦어도 12월말까지는 모든 것이 끝나야 된다.

시간표를 만들어 놓고 체크해 가며 준비해야 한다.

특히 TOEFL, GMAT 등의 시험은 3회 정도 치러 늦어도 10월까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11월에 치르는 시험도 점수를 통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되지만 에세이 집필과 겹쳐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로, 지원서류를 자신의 다양한 장점과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원자들이 MBA스쿨 관계자들과 만나는 것은 30분 짜리 인터뷰에서 한번 뿐이다.

인터뷰가 아예 없는 학교도 있다.

지원서류로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배분의 묘를 살려야 한다.

예를 들어 학부 성적이 좋고 수상경력이 많아 원서에 학문적인 성취도가 잘 나타난 반면 대학시절 과외 활동이 부족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이 에세이에서 자신이 자랑할 만한 일로 4년 내내 수석을 놓치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면 이는 "중복 투자"가 된다.

군대나 직장 생활 과정 중에 과외활동을 한 적이 있다면 그걸 담는 게 나을 것이다.

또 직장에서의 업적이나 성취에 대해 추천인에게 평가를 부탁했다면 에세이는 자신의 중장기 계획을 설명하는데 쓰면 보완효과가 있을 것이다.

서류에서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잠재력이 남았다면 인터뷰를 활용하면 된다.

끝으로, MBA 지원 과정 자체를 자신의 직장 인생 설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원 에세이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자신의 단기, 중장기 직장 계획을 세워 보라.

이왕이면 20년 뒤를 내다본 큰 그림에다 매년의 실행계획(action plan)까지 갖추면 좋다.

이제까지 근무하면서 이룬 것은 무엇이고 빠뜨린 것은 없는지, 앞으로 어떻게 직장생활을 해야할 지에 감이 잡힌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과는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드러나고 그게 MBA 과정으로 보완될 수 있다는 논리가 세워진다면 지원서류 전체가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다음 회부터는 구체적인 준비요령을 다루기로 한다.


[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 재학 yskwo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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