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는 돈을 만드는 곳이다.

일반인들은 조폐공사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돈은 실컷 만져보겠다"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당연히 돈은 원없이 봤다"는 유인학(62) 사장은 돈(제품)을 열심히 만들어 내고 있다.

자기 돈은 아니지만 돈으로 돈을 벌고 있으니 비즈니스치고는 평범하지는 않다.

큰 체구에 소탈한 웃음, 언제봐도 시골아저씨 같은 넉넉한 여유로움이 넘치는 유 사장.

소박한 그가 어떻게 기우뚱대던 조폐공사를 생명력이 넘치는 "용광로"로 만들어 놓았을까.

그는 지난 99년 8월 "특명"을 받고 부임했다.

노사화합을 다지고 생산성을 높여 성공경영을 일궈내라는 것.

대학교수 출신이 매년 노사문제로 갈등에 휩싸이고 적자경영에 허덕이던 회사를 탄탄한 회사로 변신시킨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유 사장도 "부임하면서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더구나 부임할 때는 진형구 대검공안부장의 "파업유도사건" 발언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울 때였다.

그러나 그는 경영참여와 함께 보란듯이 조폐공사를 모범 사업장으로 대변신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것도 1년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는 만년 "대표적 노사분규 기관"이라는 불명예를 씻는데 온힘을 쏟았다.

그래서 "대화"를 경영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직원들간에 터놓고 얘기하는 속에서 믿음이 생긴다는 신념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이를 통해서만이 골칫거리인 노사갈등 적자경영 구조조정 등을 순조롭게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직원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직원들이 회식하는 식당에서 소주잔을 부딪치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불렀다.

직원들의 닫힌 "가슴"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유 사장을 정에 목말라왔던 우리들에게 생명수를 준 맏형님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의 이같은 노력은 불명예처럼 달고다니던 "대표적 노사분규 기관"이라는 꼬리표를 떼내게 했다.

그가 조폐공사에 몸을 담은 이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분규도 없었다.

구조조정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지난 98년 부임당시 2천6백34명이던 직원을 1년만에 1천4백46명으로 45.1%를 줄였다.

공기업 평균 인력 감축률인 19.3%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옥천조폐창도 경산조폐창으로 통합, 3개이던 조폐창을 2개로 줄였다.

유 사장은 원가책정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동안 적용해 오던 "사후원가" 방식에서 "목표원가" 방식으로 바꾼 것.

이 방식을 적용, 지난해 제조단가를 화폐의 경우 32.2%, 수표는 16%를 인하했다.

이를 통해 국가 예산을 99년에 2백78억원, 2000년에는 5백69억원씩 절감시켰다.

그만큼 조폐공사의 수입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수입감소분은 원가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했다.

한 장의 전지로 인쇄할 수 있는 은행권과 자기앞수표의 인쇄면을 67% 늘렸다.

그 결과 화폐와 수표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는 흑자경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만년적자에서 완전히 탈피, 2백51억원의 대규모 흑자를 냈다.

창사이래 최고의 경영실적을 낸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기획예산처가 실시한 공기업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 사장은 화폐제조 사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자화폐 구축사업을 하는 몬덱스코리아에 자본참여를 했다.

신규사업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앞으로 추진할 신규사업 비중이 공사 매출액의 40%는 돼야 한다는 것이 유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국가경제의 혈액인 "돈"이 원활히 공급되고 구석구석 유통이 잘 돼 우리 경제가 호전되는데 조폐공사가 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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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필 ]

<> 생년월일 : 1939년 12월3일
<> 출생지 : 전남 영암
<> 가족관계 :부인과 2남1녀
<> 종교 : 천주교
<> 취미 : 독서
<> 학력 : 1963년 전남대 법학과 졸업, 1966년 동대학원 법학석사, 1993년 동국대 대학원 법학박사, 94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SMG 수료
<> 경력 : 1985-1988년 한양대 교수, 1988-1996년 제13.14대 국회의원, 1998년 세계거석문화협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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