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14일 정부와 여당에 건의한 ''33개 정책과제''는 기업의 핵심역량 제고와 활력 회복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을 제거해 달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계속되는 수출 부진과 경제가 장기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지 모른다는 산업현장의 불안감을 감안할 때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 기업경영 의욕을 북돋우는게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의 이번 건의는 자유기업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산하 기관들이 잇달아 제기한 각종 규제개혁 요구의 결정판이다.

다만 전경련은 재계의 규제개혁 요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거세게 반발했던 점을 감안한 때문인지 이번 건의서에는 정부가 체면에 손상을 입지 않고도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만을 담았다.

전경련이 이번 건의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공정거래 관련 부문이다.

전체 33개 항목중 9개가 공정거래 관련 사항이다.

출자총액제한제와 같은 정부 규제 때문에 미래 승부사업을 육성하려 해도 투자할 수 없다는 재계의 강한 불만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전경련은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제 철폐에서 한도 초과분에 대한 해소시한 연장으로 요구 수준을 낮췄다.

내년 3월말까지 1년으로 돼 있는 시한을 2004년 3월까지 3년으로 늘려달라는 것.

전경련은 대신 구조조정을 위한 타 법인 출자에 대해 계속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 예외조항은 지난 3월말로 5년간의 한시적용 기간이 끝났다.

재계는 아울러 계열사 매각 대금으로 민영화되는 공기업을 인수하는 등 신규 핵심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할 경우에도 출자 한도에서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금은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출자할 때도 기존 사업의 역량 강화에 해당돼야 예외로 인정돼 산업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고용 부문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M&A(기업인수합병)와 관련된 영업 양도나 자산매각 때는 고용승계 의무를 면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금은 합병하는 회사가 소멸되는 회사의 고용(근로자)을 포괄적으로 승계하도록 돼 있어 구조조정이나 외자유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외국인 지분율 급증에 따른 경영권 불안 문제도 거론했다.

외국인들은 주주권 행사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데 비해 국내 기업들은 계열 금융기관 보유지분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해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따라서 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계열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건의서에는 이외에 수출 활성화를 위한 수출환어음(DA) 확대와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지급보증한도 산정방식 변경 등도 포함돼 있다.

전경련은 자신들의 요구가 정부가 받아들일 만한 내용인 데다 정부와 여당의 분위기가 재계 요구를 무시할 수 없지 않느냐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 16일로 예정된 정.재계 간담회 때 긍정적인 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재계의 규제완화 건의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가급적 이달안에 답변을 주겠다"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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