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이군현 회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교총의 정치활동 강화 선언은 그 내용면에서 지금까지 교총이 요구해온 것보다 훨씬 강도가 높을 뿐더러 현행법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어서 깊은 우려를 낳게 한다.

이 회장이 밝힌 교총의 정치활동 계획을 보면 우선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특정정당과 후보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운동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치활동위원회''를 본격 가동한다는 것이다.

교원단체의 정치참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교총과 전교조 등이 졸속 교육정책을 주도한 총선 출마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총선관련 수업을 진행하려다 관계당국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전교조는 시민단체로 구성된 총선연대에 참여해 비공식적으로 정치활동을 했다.

하지만 대표적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정치활동 참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총은 정치참여의 명분으로 교육안정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교육안정을 위한다면 교사들이 집단으로 정치참여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각종 이익집단들이 너도나도 선거에 개입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일선교사들까지 집단적으로 선거판에 뛰어들 경우 우리의 교육현장은 선거바람으로 오염될 위험이 크다.

물론 교원단체의 정치참여는 기성 정치풍토의 낙후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한편 교육정책에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순수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철만 되면 과열되는 정치권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교원단체들의 활동이 여기에 휩쓸린 나머지 특정정파의 후보에 대해 자의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히는 등 법의 한계를 넘는 정치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서로 노선과 성격이 다른 교원단체들간에는 지지 또는 반대 후보가 다를수도 있어 갈등과 선명성 경쟁이 빚어질 수도 있으며 이같은 갈등은 선거참여과정에서 더욱 악화돼 교직사회 내부에 불신을 조장하고 학교수업에도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교육자만은 집단이 아닌 개개인의 양식과 판단에 따라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도 어디까지나 합법적 테두리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교육현장만이라도 오염된 정치로부터 안전하게 격리시키는 것이 교권수호의 일차적 과제임을 모든 교사들은 명심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