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기업들이 제품을 많이 팔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대가분체(대표 최은석)는 제품을 많이 팔기보다 이미 팔아버린 제품을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데 더 신경을 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지만 "판매"보단 "사후관리"에 훨씬 더 중점을 둔다.

화학 식품 제약 업체등에서 원료를 미세하게 갈아부수는 분체기계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 2월초 신탄진 담배인삼공사로부터 홍삼분쇄기의 부품을 바꿔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최은석(45)사장은 "사후관리실"에 가서 그 분쇄기의 설계도를 찾아봤다.

그 기계는 29년전인 1972년초에 판 것이었다.

겉이 누렇게 바랜 이 설계도엔 인삼공사가 원하는 해머와 스크린 등의 규격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최 사장은 즉시 생산반장과 기술자 한 명을 보내 부품을 갈아주었다.

이에 만족한 인삼공사측은 관계 회사에 분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추천해줬다.

이처럼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다보면 주문이 저절로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대가분체는 제조업체의 설비투자 위축에도 불구,지난해 수출 15만달러를 포함해 76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수출 30만달러에 매출 85억원을 올릴 전망이다.

계속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구로구 온수산업단지에 있는 연건평 8백13평 규모의 이 회사로 들어가면 1층 기술연구소 옆에 사후관리실이 나타난다.

이 사후관리실엔 이 회사가 설립된 1970년 이후 생산된 모든 기계의 설계도와 사후관리 내용이 빼곡이 쌓여 있다.

최 사장은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돌아와 1988년부터 부친인 최대식 전 사장이 경영하는 대가분체에 근무하며 이 사후관리실을 챙겨왔다.

기계종류별 및 생산시기별로 나눠 정리한 다음 필요할 때 찾아서 쓰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지난 98년 이 회사의 사장이 되면서부터는 이들 자료를 전산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기계를 판매한 뒤 계속 관리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 SK 등 8백20여개사에 이른다.

세 명으로 구성된 사후관리팀은 ''시집 보낸'' 기계들이 잘 돌아가는지 보기 위해 1년에 네번씩 서울에서 출발해 울산을 돌아 여수까지 순회 점검을 한다.

이 회사의 사후관리는 일반적인 애프터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요구하지 않아도 찾아가는 데다 기계가 없어질 때까지 영원히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판매보다 사후관리에 더 힘을 쏟는 데도 이 회사는 매월 기계를 주문받기에 바쁘다.

종업원 52명의 중견기업인 데도 무차입 경영을 한다.

사후관리를 열심히 하다보면 주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최 사장의 역발상이 갈수록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02)2613-5257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