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보그룹 자회사인 (주)동아시아가스가 러시아 소재 루시아석유회사의 보유지분 7.1%를 몰래 외국회사에 매각한 사건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로 인해 한보그룹으로부터 추가 채권확보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이고,국가적으로도 가스전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며 매각대금의 해외유출 의혹마저 일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말 루시아사 지분 20% 매각대금중 수천만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가 적발된 적이 있는데도 또 비슷한 사건이 터졌으니 관계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직도 이번 사건에 대해 이렇다 할 사후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주)동아시아가스가 실제로는 정태수씨 일가가 전액출자한 회사지만 법적으로는 한보그룹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국세청과 채권단이 회사지분을 가압류하자 경영권을 지키려고 신주를 발행하는 바람에 이에 대한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지분매각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사정을 인정하더라도 관계당국의 관리소홀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주모자인 정한근씨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나, 사후수습을 위한 러시아측과의 공조노력이 부족한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어도 두가지 점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부실기업에 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한보그룹의 경우 지난 97년초 부도를 내고 국가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지만 채권보전 자산매각 등 어느 것 하나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

이런 사례가 한보그룹 뿐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므로 관계기관은 하루빨리 부실기업들에 대한 사후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마땅하다.

다른 하나는 국제거래를 악용한 불법행위들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으므로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루시아사의 경우 막대한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개발사업권을 가진 회사로서,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가 공동으로 이곳에서 채굴된 천연가스를 수송할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할 정도로 국가적인 사업인데도 지난 96년 한보가 루시아사 지분을 취득할 때부터 두차례에 걸쳐 매각할 때까지 관계당국은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이밖에 해외에 서류상의 회사를 설립한 뒤 주가를 조작하거나 외화를 빼돌리고 탈세목적에 이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만큼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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