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세계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이 마치 무기력증에 빠진 듯한 분위기다.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주가 등 금융 변수의 움직임도 별로 없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미래가 불확실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세계증시의 최대 재료로 경기요인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럴 때 세계 각국의 경기와 금융변수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시킬 수 있을 때까지 침체된 증시와 경기를 계속해서 부양할 수 있는가 하는 정책여지이고,다른 하나는 이같은 정책당국의 의도(signal)에 정책수용층이 얼마나 빨리 반응(response)하는 가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경제와 증시는 가장 유망해 보인다.

무엇보다 회계연도마다 2천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수지흑자를 이용해 세금감면책과 정부채 조기상환(buy-back)에 쉽게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3천8백억달러 정도의 정부채를 조기 상환한데 이어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2조7천억달러를 더 상환해 총 3조달러의 정부채를 조기에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미 국민들의 정책저항도 적은 편이다.

금융정책면에서도 그동안 쌓아온 미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금리를 변경할 수 있는 재량의 여지가 많다.

또 종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국제금융시장의 주도력과 시스템 안정으로 정책에 대한 정책수용층의 민감도가 세계 어느 국가보다 크다.

반면 일본은 어떤가.

일단 정책여지가 거의 없다.

재정정책면에서는 1993년 하반기 이후 십수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경기부양대책으로 국가채무가 국민생산(GDP)의 1백32%에 달할 만큼 악화됐다.

재정적자도 GDP의 11%에 달해 선진국중에서는 제일 높은 수준이다.

금융정책면에서도 금리인하 여지가 적은 데다 금리를 내리더라도 민간소비와 기업의 설비투자가 반응하지 않는 금리와 총수요간의 관계가 ''비탄력적''이어서 증시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일본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재정건전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전반의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 시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달 26일 들어선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도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선하겠다는 정책방침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미국과 일본의 중간단계에 놓여 있다.

재정정책에서는 1990년대 이후 재정건전화 노력으로 꾸준히 개선돼 왔으나 재정수지가 여전히 GDP의 1∼2% 적자상태에 머물고 있다.

금융정책면에서도 금리인하 여지는 상대적으로 미국 일본보다 넓으나 인플레 안정을 중요시하는 정책기조와 회원국간의 이해대립으로 정책시기를 놓치는 일이 종종 발생된다.

금리체계(interest system)면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정책을 결정하고 각 회원국 중앙은행이 집행기능을 담당함에 따라 시중금리까지 영향을 주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한국은 이들 국가중에서 일본에 가깝다.

재정수지는 흑자상태라 하지만 경기요인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금리 수준도 마이너스 상태다.

아직까지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음에 따라 정책당국의 의도대로 정책수용층이 반응하질 않는다.

결국 앞으로 세계 경기와 증시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와 증시가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런 측면에서 FRB 회의가 예정돼 있는 이번 주는 앞으로 세계경기와 세계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한 주가 될 전망이다.

만약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하폭이 0.25%포인트 이하에 그칠 경우 앞으로 세계증시와 국내증시는 1∼2개월 정도의 조정국면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경우 세계경기와 국내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야 증시회복이 가능해 보인다.

반면 당초 예상대로 0.5%포인트 인하돼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경기와 증시에 힘을 실어줄 경우 올들어 네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릴 때보다 훨씬 세계 증시와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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