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 폐막일인 11일(현지시간) 오전 7시 하와이컨벤션센터 회의장.3백여명의 각국 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경제설명회''가 열렸다.

인도네시아 재무부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 인도네시아 대표단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현황을 설명한뒤 "이젠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ADB총회 기간중 하와이컨벤션센터에선 매일 아침 국가설명회가 개최됐다.

지난 8일엔 필리핀,9일 인도,10일 중국 등이 설명회를 통해 자국 홍보에 열을 올렸다.

미국 일본등 59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금융회사 고위인사들이 모인 ADB총회를 투자유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진념 부총리와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12개 은행장 등이 참석한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국가설명회는커녕 변변한 홍보자료 하나 회의장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단지 주요 금융사 실무자 30여명을 비공식 초청해 투자권유를 한게 고작이었다.

한 시중은행장은 "우리는 왜 국가설명회를 안 열었는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현대 문제나 은행 합병 등 외국투자가들에게 설명할 것이 많은 때 말이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물론 진 부총리나 전 총재,은행장들은 나름대로 각국 금융관계자들을 수시 접촉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러나 제각각 뛰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일부 외국 금융관계자는 중복해 만나야 했고 논의 주제도 개별 은행업무 차원에 그쳤던 게 사실이다.

더 안타까운 건 총회기간중 진 부총리 주최로 열린 은행장 간담회였다.

여기서 주된 대화내용은 ''국내 문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은행장들은 경영애로를 호소하기에 바빴고 부총리도 "대기업의 ''낙지발 확장''을 은행들이 규제하라"는 등의 주문을 하는데 그쳤다.

국가설명회까진 기대하지 않더라도 국제회의에 나와서까지 국내 문제에만 매달리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었다.

호놀룰루=차병석 금융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