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의 빛은 22년 세월에도 바래지 않았다.

지난 12일(한국시간)칸 시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올 칸영화제의 최대 화제작 가운데 하나인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61)의 ''지옥의 묵시록 디렉터스 컷'' 상영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코폴라 감독은 이날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옥의 묵시록은 그저 영화가 아니라 스탭 한사람 한사람 삶의 일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모두는 영화와 함께 성장해왔다.이제서야 보여주고 싶은 것을 모두 보여줄 수 있게되어 기쁘다"며 감회어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코폴라 감독에게 79년 칸영화제 대상을 안겼던 ''지옥의 묵시록'' 은 전쟁영화의 걸작중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조셉 콘라드의 원작소설 ''지옥의 심장''을 텍스트로 전쟁의 허구성을 극명하게 드러내 극찬받았다.

당시 감독은 제작비 3천만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자신의 집까지 저당잡혀야 할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영화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영화는 2시간 10분으로 편집됐던 오리지널 버전에 들어가지 못했던 촬영분중 53분 가량을 추가하고 디지털 작업을 통해 거칠었던 화면과 사운드를 선명하게 다듬어 3시간 30분 짜리로 새로 편집한 작품이다.

시간제약으로 담지 못했던 감독의 의미가 훨씬 분명하고 정교하게 형상화됐다는 평가다.

그는 재편집 장면중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는 물음에 "그 영화는 내 삶의 일부분이어서 장면장면이 정말 모두 소중하다"고 말해 좌중의 갈채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술이 어지러울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영화계에 자본이 넘쳐나면서 감독의 재능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는 "기술과 돈이 많은 것을 커버해 줄 수는 있겠지만 감독의 관점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 영화계의 풍토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칸=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