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 한나라당 국회의원 YIM@manforyou.co.kr >

필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관으로 통하는 지하보도를 즐겨 다닌다.

3백여m 길이에 널찍하게 뚫린 그곳은 양쪽 벽에 수백 점의 서화가 걸려있는 대형 갤러리 그 자체인데,지날 때마다 한두 작품씩 눈여겨보고 다녔더니 이젠 거의 모든 작품들을 기억할 정도가 됐다.

필자는 그중에서 주옥같은 글귀를 웅혼한 필력으로 써내린 서예작품들을 특히 좋아한다.

그중 유난히 필자의 가슴에 와 닿는 글귀가 있다.

지기추상 대인춘풍(持己秋霜 對人春風)!

자신을 대하기를 서릿발과 같이 엄격히 하고 다른 사람을 대하기를 봄바람 같이 훈훈히 하라.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평생의 지표로 삼아도 좋을 만한 훌륭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 경제사정이 대단히 어렵다.

''지기추상''의 마음으로 냉정히 들여다보면 재정 금융 노동 기술력 등 어느 것 하나 자신있는 게 없다.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는 것은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어야 할 기업들의 모습이다.

기업활동이 왕성한 곳에서는 시시각각 상품이 개발되고 개선된다.

기업과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가 어떻게 하면 더 값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밤낮없이 골몰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 동기가 희생정신이나 이타주의일까?

아니다.

기업과 개인의 노력을 보장하는 유인은 다소 속될지는 몰라도 결국 돈이다.

돈에 대한 욕망이 자본주의를 지탱해 나가는 에너지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가 돈 잘버는 기업을 ''대인춘풍''의 마음으로 대해 주어야만 기업이 신나게 뛸 수 있다.

아쉽게도 요즘 우리 기업들은 정부의 추상같은 위세 앞에 가을서리 맞은 채소잎처럼 축 늘어져 보인다.

이것이 필자만의 착시현상일까.

얼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를 떠나고 있는데 기업들마저 이 나라를 떠날까 걱정하는 것도 필자만의 기우일까.

하루빨리 정부부터 ''지기추상 대인춘풍''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늦었지만 그동안 반론을 허용하지 않고 추진해온 정부시책들을 이제 추상같은 냉정한 마음으로 재점검해야 할 때다.

얼어붙은 경제를 녹일 수 있는 춘풍같은 정책들이 간절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