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이 실재인물의 숭모를 위한 등상(等像)에서 조성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불가에 전해오는 얘기로는 석가가 없을 때 나무로 석가와 똑같은 등신불을 만들어 예불한 것이 불상의 효시가 됐다.

열반하면 법신(法身)으로 사리를 남기는 고승들이 많지만 육신을 그대로 남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국 남화사에는 남종선의 시조인 당나라 육조혜능의 육신보살상이 봉안돼 있다.

한국 스님으로는 신라의 김지장(金地藏)이 중국의 구화산(九華山) 화성사(化城寺) 육신보전에 등신불로 봉안돼 있다.

지장은 87년 중국과 일본이 제작한 TV 프로그램 ''구화산''이 방영되기 전까지는 국내에 문헌으로도 알려져 있지 않던 고승이다.

''송고승전''''구화산지''등에 따르면 김지장(696~794)은 신라 성덕왕의 아들로 이름은 교각(喬覺)이다.

자비로우나 무섭게 생겼고 큰 키에 머리뼈가 불뚝 솟았으며 힘이 장사였다고 한다.

24살 때 ''선청''이라는 개 한마리와 구화산에 도착해 석굴속에서 정진하기 시작한 그는 756년 화성사를 세우고 불법을 전하다 99세로 결가부좌한 채 입적했다.

그의 유언 대로 3년 뒤 시체를 넣어둔 항아리를 열어보니 몸은 굳었으나 얼굴은 생시와 같았다.

사람들이 지장보살이 나타났다고 믿어 탑을 세우고 등신불로 봉안해 오늘날까지 육신보전 한가운데 탑속에 모셔져 참배를 받고 있다.

구화산이 죽은 사람을 지옥에서 구해주는 지장보살을 믿는 신앙의 본산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어찌됐든 구화산이 관음보살의 보타산,보현보살의 아미산,문수보살의 오대산과 함께 중국불교 4대 성지의 하나가 된 것을 보면 그가 중국의 지장신앙을 일으킨 실존인물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안휘성 구화산에 높이 1백55m의 세계 최대 지장보살상을 2004년까지 건립한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좌대를 제외한 불상만도 99m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얼마전 파괴된 바미얀 불상의 3배가 넘는다.

신라왕자 김교각의 등신불을 모태로 세계 최대의 지장보살상이 재탄생한다는 것을 마다할 한국인은 없을성 싶다.

오랜만에 듣는 속까지 확 트이는 희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