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새로운 경쟁체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들어 잇따른 은행장 교체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창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내정된데 이어 오는 17일 하영구 시티은행 한국대표가 한미은행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특히 2차 구조조정을 앞뒀다는 점에서 이들 신임행장의 행보가 금융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해 시중은행에선 한빛 한미 평화은행장이,지방은행에서 광주 경남 전북은행장이 새 얼굴로 바꿨다.

산업 기업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장을 포함하면 모두 9명의 행장이 새로 선임됐다.

또 한빛 평화 등 5개 금융회사를 거느린 우리금융지주회사도 출범,금융계의 지각변동이 어느 해보다 컸다.

금융계 인사중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국민·주택의 합병은행장.

또 올 7월 말 이후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준비하는 신한은행도 경영지배구조가 바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은행장 개편 특징=9명의 행장중 임기만료에 따라 새로 행장이 된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6명은 중도하차한 전임자의 뒤를 이었다.

그만큼 변수가 많았다는 얘기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우리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된 은행의 행장이 모두 바꿨다.

이에 따라 이덕훈 한빛은행장,황석희 평화은행장,강신철 경남은행장,엄종대 광주은행장이 새로 부임했다.

총사령탑은 하나은행 회장을 지낸 윤병철 회장이 맡았다.

이들 신임행장은 지주회사의 기능재편이 마무리되는 6월 말까지만 맡는 중간계투 역할을 할지,최종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투수가 될지는 본인들의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이 금융계의 전망이다.

독자생존의 기반을 닦고 있는 전북은행은 중임을 했던 박찬문 행장이 물러나고 홍성주 새 행장이 부임했다.

◇국책은행장은 여전히 낙하산=국책은행장 3명이 모두 새로 선임됐다.

그나마 이경재 행장과 양만기 전 수출입은행장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지만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는 재임 7개월만에 물러났다.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와 이영회 수출입은행장 등은 재정경제부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행장은 금융계 격변기에 최일선에서 관련업무를 담당했던 정책 책임자였던 만큼 앞으로 각 은행과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원만한 조율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외국계 입김도 세졌다=한미은행은 오는 17일 주총을 열고 하영구 시티은행 한국대표를 새 행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신동혁 현 행장은 이사회의장이 된다.

한미은행의 행장 교체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를 개편한 대표적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대주주가 되자마자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는 칼라일펀드의 단기적 이익추구 행태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고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