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 새로 선임된 14개 공기업 및 산하기관장에 부사장이 내부승진한 수자원공사와 수출보험공사를 제외한 12개 공기업 사장이 정치권 출신 등 소위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는 소식이다.

낙하산 인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공기업개혁을 부르짖어 온 이 정부가 집권말기가 가까워 오면서 도를 넘는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낙하산으로 분류된 인사들중에는 관련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경우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는 그 자체만으로 조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사장의 도덕성에 흠집을 남겨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수 없게 만드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개개인의 자질 여부를 떠나 공기업 경영개선에 엄청난 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 스스로도 이러한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인정하고 이를 근절하겠다고 수없이 다짐해 오지 않았던가.

최근의 예만 하더라도 지난 3월 경영능력이 떨어진다며 공기업 사장 6명을 전격 해임한 바가 있고, 인력풀을 구성해 전문성 있는 인사를 공기업 사장에 임명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단임이다 뭐다해서 멀쩡한 공기업 사장까지 재임명에서 탈락시킨 예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그나마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내쫓고 이를 비전문가로 교체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정권 말기에 자리수요 충족을 위해 힘없는 전문가 출신 사장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항간의 지적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이대로 가다가는 상반기중 임기가 만료되는 60여개의 자리도 대부분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것이 너무나도 뻔하다는 사실이다.

낙하산 인사방지를 위해 도입된 사장추천위원회나 인력풀 제도는 낙하산 인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데다 집권말기가 다가옴에 따라 정치권의 자리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낙하산 인사근절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것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정치권에서 공동정부다 3당연합이다 해서 경쟁적으로 자리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은 이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한 쪽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아무리 개혁을 외쳐봐야 국민들은 이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