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한도를 대폭 올리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침은 여러모로 생각해봐야 할 측면이 있다.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부과금액을 현실화 시켜야 할 필요성이 없지는 않지만, 일률적으로 매출액에 비례해 부과할 경우 자칫 해당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우려마저 있다.

더구나 규제여부에 대해 시비가 분분한 상호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 등 경제력집중 행위에도 과징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고 본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까르푸 같은 대형 사업자의 경우 불공정거래에 따른 피해규모에 비해 과징금액수가 너무 적어 형식적인 처벌에 그치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밝힌 대로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고쳐 현재 최고 5억원인 일반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을 매출액의 2%로,최고 20억원인 시장지배적인 사업자의 지위남용에 대한 과징금을 매출액의 3%로 올리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우선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다고는 하지만 과징금 부과기준으로 매출액의 2% 또는 3%를 제시한 근거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시장구조나 기업환경이 우리와 크게 다른 외국의 입법사례를 무조건 따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과징금이 지나치게 많으면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고 시정하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해진다.

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은 그 자체가 ''파산선고''가 되기 때문에 부과하기도 어렵고 해당기업도 결코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처럼 행정당국의 권한이 막강하고 공권력의 집행절차나 관행이 지나치게 고압적이어서 불필요한 마찰을 유발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경우 과징금 최고한도를 너무 올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과징금을 올려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그에 앞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장구조를 경쟁체제로 유도하고 기업환경을 투명하게 하는 일이 선행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아도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아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거론되는 마당에 과징금 인상이 대기업들에 대한 또다른 규제수단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데 이런 문제 때문에 재계와 정부당국이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이 비치는 것은 국가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관계당국의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