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산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기업 모두에서 ''선택과 집중''전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뒤집어 얘기하면 과거 정부는 산업별로 나눠먹기식 자원배분을 해왔고 기업은 문어발식 사업전략을 펼쳤다는 말이 된다.

치열한 국제경쟁환경에서 이런 전략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선택과 집중전략이 그 강도만큼의 위험도 동반한다는 점에 있다.

도박판에서 한쪽에 모든 밑천을 베팅하는 데 따른 위험과 다르지 않다.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정도로 성공확률이 높다면 기업은 당연히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를 걸 것이다.

선점효과가 큰 신산업분야의 기업이라면 특히 그렇다.

문제는 정부다.

정보산업 생명산업 나노산업 환경산업 등의 신산업에 대해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등 관련 부처들이 하나같이 선택과 집중을 내세워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의 선택과 집중은 기업과 함께 휩쓸려 춤을 추거나 아니면 정작 기업은 제쳐놓고 자신들만의 선점 경쟁을 벌이는 양상을 보이는 것 같아 불안감을 주고 있다.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의미를 가지려면 기업을 뒤쫓아 갈게 아니라 앞서 이끌어 나감으로써 리드타임을 만들어 줘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연구개발예산투입과 산업계 연구개발투자의 전반적인 포트폴리오에 일정한 시차가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그런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IT(정보기술)나 바이오관련 투자만 해도 미국은 기업보다 정부예산에서 먼저 선행적으로 반영해 왔고 지금은 나노산업에 대한 정부예산을 늘리고 있다.

상업적 위험이야 민간이 감수해야 할 몫이겠지만 기초적인 기술적 위험만큼은 정부가 사전에 흡수해 주려고 노력한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의 선택과 집중은 시간에 따라 적절한 정책도구와 맞물려야 한다.

파급효과가 큰 신기술ㆍ신산업은 대개 높은 사회적 수익률이 기대된다.

사회적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과소투자를 의미할 수 있는 사적 수익률과 사회적 수익률 간의 갭이 얼마나 큰지,또 기업의 사적 수익률이 기준치(hurdle rate)에 얼마나 미달하는지도 동시에 따져 봐야 한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정도의 차이에 따라 정부의 적극적인 직접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고 아니면 세제지원 등 환경조성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선택과 집중은 기업의 선택과 집중이 안게 될 위험을 흡수해 주는 방향이 돼야 하며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