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洪吉童傳)에 대한 이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허균(1569~1618)이 지은 최초의 한글소설이고 실재했던 인물을 소재로 한 창작이라는 점은 학계가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왕조의 공식기록인 ''연산군일기''에는 1500년 10월22일 홍길동(洪吉同)을 잡았다는 기록 외에도 그에게 협조한 당상관 엄귀손을 엄벌하고 일당을 잡아 변방으로 이주시키자고 건의하는 기록이 연말까지 세차례 더 나온다.

소설속에서 길동은 도술을 부려가며 부패한 관리들을 응징하고 결국 아버지로부터 자식으로 인정받게 되며 병조판서로 기용된 다음 해외로 나가 율도국이라는 섬나라의 왕이 된다.

이런 현실극복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재미를 주어 길동을 전설의 주인공으로 부각되게 했다.

소설의 주인공으로서든 실재했던 인물로서든 홍길동의 연고지로 알려진 고장은 많다.

전남 영광에는 홍길동의 전설이 전해오는 마을이 있다.

충남 공주에는 홍길동이 쌓았다는 무성산성도 있다.

산채가 문경새재였다거나 본거지가 충남 홍성이라는 등 설도 분분하다.

전남 장성군 황룡면 아차실에는 홍길동의 생가터로 구전돼 오는 집터가 있다.

홍길동이 아차실 출신의 실재했던 인물이라는 것을 학자들에게 용역을 주어 연구케 했던 장성군은 97년에는 16세기초 홍가와라(洪家王)로 불렸던 오키나와의 민중영웅 오야케 아카하치(赤蜂)가 율도국에 건너간 홍길동이라는 추론에 치우친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장성 홍길동축제의 일환으로 4일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본학자들도 재론된 동일인물설에 대해서는 미온적이었다고 한다.

허균은 홍길동전 외에도 인물을 소재로 한 남궁선생전 장산인전 장생전 등 4편의 한문소설을 썼다.

주인공들이 마지막으로 사라져버리는 곳은 치상산 금강산 해동일국토로 표현된 도가적 이상세계다.

홍길동의 율도국도 그런 이상세계의 표현이랄 수 있다.

실재했다고는 해도 전설이나 소설속에 전해오는 5백년전 인물의 행적에 비용을 들여가며 그토록 집착하는 까닭을 모르겠다.

아직 홍길동 만한 의적이 출현하지 않은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