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 4일 한 세미나에서 "외환위기 당시 만들어진 기업관련 각종 규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리는 아닐성 싶다.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해 다소 무리하게 신설된 각종 규제들이 경제여건이 많이 달라진 지금까지 그대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완화 또는 재검토의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대기업들에 대한 부채비율 2백%이내 억제를 강요한 것이나 금융기관들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유지 등 추구하는 정책목표를 탓할수는 없지만 추진방법과 시한설정 등에 있어서 우리 현실과 업종별 특성 등을 무시한채 일률 적용함으로써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그같은 불합리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환영할만 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기업관련 규제를 풀려면 제대로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진 부총리는 기업관련 규제를 재검토한다면서도 기업구조조정 정책의 핵심규제는 풀기 어렵다고 밝혔다.30대 기업집단지정 제도나 총액출자 제한,기업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규제들이 그런 부류다.

기업의 창의와 경영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는 그같은 규제는 그대로 놔두고 일부만 손질하겠다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 환경은 크게 변했다.

수익위주의 경영마인드가 확산되고,선단식 경영이나 무모한 기업확장,그리고 지배주주들의 독단적 경영도 많이 사라졌다.

투명경영을 위한 제도보완으로 더 이상 용납되지도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경영전략과 지배구조를 스스로 택할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고 세계시장의 무한경쟁에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내부거래 등 불법 부당행위를 감시하는데 그쳐야 한다.

또 금융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기업감시 기능을 충실히 할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면 그만이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그같은 규제로 인해 국내시장에서조차 규제가 없는 외국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우리 기업엔 묵직한 족쇄를 채워놓고 열심히 뛰라고 채찍만 가하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들에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대처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정부 스스로는 종래의 관주도적인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