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프랑스 국립 직업소개청(ANPE) 산하 전국 8백60여개 사무소가 문을 닫았다.

한달 사이 벌써 두 번째 파업이다.

같은 날 ANPE 노조는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파리시내 감사원 정문에 집결해 35시간제 근무 보충인력 채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부분의 공공부문 작업장이 35시간제를 실시하고 있는 데 자신들만 아직도 주당 37∼40시간 근무해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국립 직업소개청은 향후 3천6백5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올해 초과 근무시간을 내년 휴가로 전환해줄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 인력으론 완전 35시간제가 불가능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67년 설립된 국립 직업소개청의 기본 기능과 업무는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구직자를 연결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실업률이 급증하며 실업자 관리와 감독 역할까지 떠맡았다.

이에 따른 업무 부담이 늘어 난 것도 사실이다.

실업률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97년 국립 직업소개청은 효과적 업무 수행을 위한 인력증강 요구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파업은 여론의 큰 지지를 받았다.

3년전 1만6천명이던 국립 직업청 직원 수는 2001년 현재 2만명으로 늘어났다.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실업률은 반대로 30%나 떨어졌다.

지난 3월 국립통계청은 실업률이 8.7%로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83년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논리적으로 보면 실업률 하락과 함께 국립직업청 인력도 줄어드는 게 정상이겠지만 35시간 근무제로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타 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35시간제 근무를 하는데 자신들만 초과업무를 해야 하는 불만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프랑스 실업률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타국과 비교할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8.7%가 아직도 일자리를 찾고 있다.

국립 직업소개청 직원들이 35시간제 관철을 위해 파업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시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실업자들은 빗속에서 헛걸음질만 하고 무거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