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 패션가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투복 스타일의 유행이다.

젊은 여성들까지 군인들이 입는 위장복 무늬의 옷을 즐긴다.

옷이나 액세서리뿐 아니다.

지난달 맨해튼 제이콥 제이비츠 종합전시장에서 열렸던 뉴욕 자동차쇼에 출품된 2002년형 자동차의 한 흐름도 전투차량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영화에서만 봤을 법한 전투차량모습의 신차종이 대거 출시되어 화제가 됐다.

이처럼 제2차대전바람이 미국사회 곳곳에 불고 있다.

1억3천5백만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들인 ''진주만''이란 영화가 이달 하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98년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의 ''라이언 일병구하기''로 다시 시작된 대형 전쟁영화의 후속탄이다.

관련 서적들도 쏟아져 나온다.

NBC방송의 유명앵커인 톰 브로커가 2차대전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엮어 98년 출간한 ''위대한 세대''란 책은 공전의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편지로 만든 속편에 이어 조만간 2차대전 참전자 후손들의 편지와 스토리를 구성한 3편 ''추억의 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제임스 브래들리가 지은 ''아버지세대의 깃발들''이란 책도 지난해부터 줄곳 45주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브래들리는 2차대전중 유일한 일본 본토상륙전투로 7천명에 가까운 미국인이 사망했던 아이오지마 전투에서 성조기를 꽂은 군인의 아들.그는 불과 몇해전까지 이 책을 출간하기위해 무려 27개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수도 워싱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말 의회에서 심의를 시작한지 13년만에 승인된 2차대전기념관이 첫삽을 떴다.

1억달러규모의 이 사업 기금마련본부 대변인은 ''라이언 일병구하기''의 톰 행크스.조지 부시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2차대전영웅중 한명인 아이젠하워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이 우연이 아닌 셈이다.

갑작스런 2차대전바람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대공황이후 2차대전이 일어난 것처럼 경제가 어려우면 군사문화가 유행한다는 해석이다.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이 부활되는 것과 묘하게 오버랩되는게 왠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