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물가문제를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재경부는 "5월부터는 안정된다"며 낙관론을 펴고있는데 반해 한은은 "현재 환율수준으로는 물가를 잡을 수 없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물가안정목표(4%이내)도 ''달성 가능''과 ''달성 난망''으로 엇갈린다.

이처럼 상황인식이 다르면 해법에서도 엇박자가 나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재경부는 물가관리의 주관부처이고 한은은 물가안정의 최종 책임자.

◇재경부만 홀로 낙관=재경부 오갑원 국민생활국장은 5월부터 안정될 것으로 자신했다.

농축수산물 출하가 본격화되고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 등으로 환율상승 요인이 상쇄된다는 이유에서다.

예상과 달리 공공요금도 인상요인이 거의 없어 하반기 물가가 3%대로 내려갈 것을 확신한다.

물가불안 심리가 확산될 경우 강력한 행정지도를 펴겠다는 의지도 있다.

이와 달리 한은과 연구기관들은 물가안정이 어렵다고 보고있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환율이 안내려가면 물가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부쩍 강조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IMF조차도 올해 물가를 목표치를 넘어선 4.3%로 예상했다.

◇환율이 관건=재경부는 환율이 최대변수이지만 원자재가격 하락과 제조업체들의 인상요인 자체흡수로 큰 영향이 없다고 강조한다.

오갑원 국장은 "작년 말 이후 급등한 환율이 물가에 특별히 영향을 미친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나 환율상승이 2∼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를 자극하는 점을 간과했다고 반박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의 영향은 원자재 수입계약→선적→국내생산→출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3월이후의 고환율 충격은 5,6월 물가를 봐야 안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한번 오르면 쉽게 안내려가는 속성이 있어 하반기도 낙관불허라는 것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올해 평균 환율전망은 1천3백원선.달러당 1천2백20∼1천2백50원을 가정하고 세웠던 물가안정 목표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경기변수는 무시하나=재경부는 경기부진으로 수요측면의 물가압력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경기둔화가 원자재가격을 하락시켰다는 것이다.

또 작년 하반기에 공공요금 인상이 집중돼 물가가 높았던 만큼 올 하반기엔 기술적인 반락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은 미국 등 세계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원자재 수요가 늘어 고환율 속에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수요(경기요인)와 비용(환율요인)이 겹쳐 물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6월 거시경제전망과 정책수단을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재경부와 한은의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