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ceo@kidp.or.kr >

며칠 전 동창모임에서 친구 하나가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 아이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다.

이유인즉 딸아이의 우주인 같은 은색계열의 화장 때문이란다.

다른 새내기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제 딴에는 대학에 들어갔다고 한껏 멋도 부리고 꾸밀 만도 하지만 아무래도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튄다는 것은 신세대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자기만의 개성을 만족시키는 튀는 디자인을 찾고 있는 추세다.

산업계에서도 자사 제품의 경쟁력 제고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디자인 선진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예를 보자.

프랑스인들은 누가 뭐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하고야 만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개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에 이탈리아인들은 남에게 과시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미다.

예를 들면 수영은 못하면서도 화려한 수영복을 차려입고 남의 눈길을 끌려고 한다.

이같이 개성을 중시하는 그들을 보면 디자인 선진국이 된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은 튀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일단 뭔가 다르면 눈에 거슬린다.

주위 시선을 무척이나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오랜 속담대로 튀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손쉽게 유행에 안주하게 된다.

교수 시절 미국에서 1년간 머물다 학교에 돌아와 보니 어떤 학생이 수업시간에 모자를 쓰고 있었다.

왜 모자를 썼느냐고 하니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였는데 교수님께서 언짢게 생각하실까 봐요"라고 했다.

그래서 젊은이답게 당당하게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후 방송사에서 수업하는 장면을 취재하러 왔다.

촬영이 시작될 무렵에 머리를 염색한 한 몇 학생들이 뒷자리로 옮기는 것이 아닌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모든 학생이 염색한 걸로 비치게 되면 우리 학교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서요"라는 대답이었다.

튀더라도 주위를 살필 줄 아는 학생들이 대견스럽게 여겨졌다.

이처럼 튀더라도 기존질서를 존중하는 것,바로 품위 있게 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