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출자 전환과 정몽헌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의 완전 감자로 사실상 준(準)공기업으로 재탄생하는 현대건설이 임원진 물갈이 인사를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심현영 새 CEO(최고경영자) 선임과 이사진 전원 교체로 면모를 일신한 현대건설은 오는 18일 임시주총 이후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집행 임원들을 대폭 재편할 방침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조직 내부의 반발과 인물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 등 외부의 인사청탁까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신임 사장 내정자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면 곧바로 임원진이 일괄사표를 제출한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듯 파열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임원들은 "심 사장을 영입한 것은 현대건설을 살리라는 것이지 사람 물갈이를 하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일괄 사표에 대해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냈다.

게다가 ''심 사장 내정자가 외부에서 데려온 사람들로 주요 보직을 채우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잘해 보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상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외부 인사들이 현대건설 입성을 위해 정부 고위층과 채권단에 인사청탁을 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지고 있다.

현대건설 내부에서는 이미 몇몇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 사장 내정자가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를 찾아가 낙하산 인사 또는 외풍을 막아줄 것을 호소할 정도다.

현대건설을 회생시키기 위해 유능한 건설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로 떠올랐다.

분위기 쇄신과 조직 활성화를 위해 외부 인사 영입을 추진해 온 채권단과 새 경영진측은 "사람을 찾으니 없고 막상 쓸만한 사람은 고사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한 간부는 "외부에서 사람을 데려오려 하는데 오려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더라"며 비아냥 섞인 반응을 보였다.

현대건설 내부에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사람 아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 신임 사장이 대폭적인 수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조직이 안정될 수 있도록 새 팀이 원만하게 진용을 갖추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