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혀 말이 안나옵니다. 기계업계의 인력 양성을 위해 자체 직업훈련소를 설립, 5천명 정도를 무료 교육시켜 배출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세금까지 내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우리가 벤처나 IT(정보통신)기업이라면 정부가 그렇게 나왔겠습니까"

지난주말 경남 창원공단내 한 음식점.

기계산업진흥회의 주선으로 출입기자들과 함께 동종업체 공장시찰에 나선 국내 기계업계 사장단과 임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을 위한 자리는 이내 정부 정책에 대한 성토장, 굴뚝산업계의 신세 한탄의 장이 돼버렸다.

먼저 H사 K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국세청(세무서)으로부터 무료교육에 들어간 비용은 접대비로 간주할 수밖에 없으니 세금을 내라는 통지가 왔다"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S중공업 C전무도 거들었다.

"조선호황이나 용접공이 모자라 난리입니다. 힘은 들어도 조선에서 차지하는 용접공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줄 아시지요. 요즈음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해 정부가 나서 국비로라도 보조해 용접인력을 구해 줘야 할 형편입니다"

옆에서 쯧쯧 혀를 차고 있던 다른 S중공업의 K사장은 "수십년동안 우직하게 쇠를 깎고 기름치고 용접해봤자 돌아오는 건 냉대뿐인 걸요. 인터넷이니 뭐니 해서 뚜렷한 제조기반 없는 새파란 벤처기업 사장들은 펀딩(Funding:벤처 자금조달) 한번 잘해 수십억원을 끌어다 쓰며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니잖아요. 얼마나 폼 납니까. 게다가 정부까지 나서 신지식인이라고 어깨를 두드려주니…"

"업계가 산자부에 2천억원을 지원신청했는데 장관이 바뀌는 통에 감감 무소식입니다"

S사의 L사장도 허탈한 웃음으로 가세했다.

그때까지도 분을 삭이지 못한듯 H사 K사장은 언론쪽에도 화살을 퍼부었다.

"언론쟁이들도 다를 바 없어요. 정부의 탁상공론이나 공자님 말씀만 떠들어대지 고통받는 산업현장의 목소리엔 귀를 닫고 있어요"

봇물처럼 터져나온 불만은 점심시간이 다 지나도록 계속됐다.

정부의 산업, 조세, 노동정책에서부터 언론의 홀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성토는 차라리 ''울분''이었다.

김홍열 산업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