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간 제휴나 공동연구개발 등에 대해서는 경쟁정책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이야기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보다 공정거래법이 더 엄격하다는 유럽연합이나 미국이 연구개발을 둘러싼 기업간의 다양한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법적 완화조치를 취한지는 이미 오래다.

몇년전 하버드대 파운틴(J E Fountain) 교수는 미국 경제가 한창 호황을 지속할 때 그 원인중 하나를 기업간 협력과 네트워크 창출에서 찾았다.

경제가 어려웠을 때 정부가 컨소시엄,파트너십,전략적 동맹 등이 활성화되도록 여건을 미리 조성해 준 것이 신기술 발전에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부·기업간의 신뢰와 대기업들이 첨단기술 기업들의 시장역할을 해 준 것에 주목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 같다.

우선 정부와 기업간의 신뢰가 없다.

그리고 대기업은 경제력 집중 억제와 관련된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여기에다 정부부터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경계라든지 영역구분을 분명히 하려 든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간 제휴나 협력적 연구개발의 활성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R&D투자를 늘릴 수도 없고,그렇다고 A&D나 C&D마저 자유롭지 못하다면 대기업과 벤처기업 모두 성장 여력을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경쟁력에 주목한다면 동전의 양면같은 기업들의 경쟁과 협력을 가로막고 있는,보다 근원적인 규제도 함께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