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이봉주 선수는 단 한번의 레이스로 2억3천만원을 벌었다.

박찬호 선수의 올 연봉은 9백90만달러(약 1백30억원)다.

우리사회에도 억대 연봉을 받는 운동선수들이 많다.

프로야구의 경우 올해 40명이 넘는다.

연봉 10억원에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까지 받은 은행장이 있는가 하면, 3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는 조건으로 월급 1원만 받는 은행장도 있다.

크라이슬러자동차를 살리려고 나섰던 아이아코카 회장은 자신의 연봉을 1달러로 정했다.

최근 미국 최대의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의 최고경영자 존 체임버스는 연봉 1달러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미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1억5천만달러를 벌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값을 측정할 잣대는 있는 것인가.

노예제사회에서는 노예가 거래의 대상이기도 했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는 계산단위 또는 교환의 매개수단이었다.

예컨대 고대 아일랜드에서는 노예소녀 1인은 소 세마리와 같은 값어치로 평가됐다.

19세기에 들어와서도 아프리카 수단에서는 일정기준을 충족하는 노예 1인의 가치를 황소 여섯마리 또는 10달러와 동등하게 매기기도 했다.

사람의 능력은 천차만별이어서 그 가치를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높은 대우를 받고자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공짜 점심을 먹으면, 또 누군가는 그 값을 치르게 돼 있다.

이게 경제원리다.

미다스 왕은 손으로 만지는 것 모두를 황금으로 변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이룬다.

하지만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곤욕을 치른 후에야 자신의 소원이 몸서리치게 끔찍했다는걸 깨닫는다는 그리스 신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앞 뒤 사정 보지 않고 자신의 탐욕만을 충족하려 들거나,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좇는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한 예는 없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많이 벌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고소득자와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 사회에서는 고소득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국 프로야구선수의 올 평균연봉(신인과 외국인선수 제외)은 4천8백35만원, 이들의 연봉총액은 1백73억5천만원이다.

한국 야구선수 전체의 연봉총액은 미국 선수 한사람의 연봉보다 적다(지난해 12월 텍사스의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연평균 2천5백20만달러, 약 3백27억원에 10년 계약을 맺었다).

왜 이런 격차가 나는가.

2000년 한국 프로야구 관중수는 2백50만명, 입장수입은 1백12억3천만원이었다.

일본 2천2백만명, 미국 메이저리그 7천2백만명의 관중수와 비교가 안된다.

한국 야구선수의 몸값이 낮은 것은, 기량의 차이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 몸값을 떠받쳐줄 시장이 좁기 때문이다.

박찬호 선수가 한국에서 뛴다면 그런 거액을 받을 수 있겠는가.

프로야구선수협 파문이 있었다.

구단은 경영이 어려워 구단운영을 포기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는가 하면, 선수협은 구단이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홍보효과를 보기 때문에 적자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돈 문제다.

연봉이 시장규모 수익창출시스템 등 프로야구를 지탱하는 여러 조건과 보조가 맞는가를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연봉조정 줄다리기에만 매달리면 판이 깨질 수 있다.

어느 은행장이 취임 1년만에 은행을 흑자로 돌려 놓았다면 은행경영에 새 바람을 불러온 공을 인정하는데 인색할 이유는 없다.

10억원의 연봉과 파격적 조건의 스톡옵션은 오히려 적을 수도 있다.

최고경영자의 판단 잘못으로 수백, 수천억원, 때로는 수조원의 손실이 생기는 경우를 상정해 보라.

하지만 1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후 경영성과가 호전된 것을 경영능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경쟁국보다 높은 임금이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막연히 고임금 고소득에 시비를 걸어서는 안된다.

잘 살겠다고 더 많이 벌려고 뛰는 것 아닌가.

문제는 과(過)소득에 있다.

능력 이상으로 많이 받는 것이 힘으로 또는 구조적으로 보장되고 있다면, 그 사회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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