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하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

명, 청시대의 수도로 1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고도답게 역사적 유적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베이징의 5대 관광지인 천안문, 자금성, 이화원, 명13릉, 천단공원에는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세계화된 관광지와는 별도로 도심의 숨겨진 골목으로 들어가 그들만의 정취를 체험해 보는 건 어떨까.

급속한 개방화로 혼돈을 겪고 있는 베이징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 왕푸징(王府井) ]

왕푸징은 베이징의 중심부에 있고 제일의 번화가여서 외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남북 1km의 거리 양쪽에 1백여채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그 한 켠에 전세계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는 먹자골목이 자리잡고 있다.

좁은 입구부터 강한 풀잎 향의 독특한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골목 2개를 사이에 두고 1평 남짓한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중국 각지에서 온 55개 소수민족의 전통음식들이 눈과 입과 코를 자극한다.

꼬치구이, 쇠고기 볶음밥, 대나무 밥, 국수, 전갈요리, 메뚜기구이,조선족이 하는 평양식 냉면까지.

이들 음식엔 중국 특유의 향신료인 향채가 들어가 있는데 외국인들은 이 냄새 때문에 중국음식에 불쾌감을 느껴 제대로 먹지 못한다.

향채를 뺀 볶음밥이나 국수에 음료(대개는 차(茶))를 곁들이면 한끼 식사로 거뜬하다.


[ 류리창(琉璃廠) ]

왕푸징에서 택시로 30분길인 골동품 전문골목 류리창은 한국의 인사동과 흡사하다.

천안문광장에서는 약 20여분 거리다.

동서 7백50m의 이 거리는 18세기 초부터 고서나 문물상점이 모이기 시작하여 청나라때 문화골목으로 번창했다.

각 상점의 처마밑은 하늘을 나는 용이나 화조풍월(花鳥風月) 등으로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어 중국 전통미를 물씬 풍긴다.

서적, 그림, 공예품, 자기, 문방사우나 도장재료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어느 상점을 들어가도 고풍스런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골목을 가득 메운 노점상들과 물건값을 흥정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 삼리툰(三里屯) ]

삼리툰 카페골목은 한국의 압구정이라 할만큼 카페가 많다.

근처에 외국대사관들이 자리잡고 있어 외국인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카페에서는 각 성(省) 출신 가수들의 라이브 콘서트가 펼쳐져 중국 최신 유행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연인들이 서로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성문화나 남녀관계가 경제성장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개방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인근에는 젊은 감각의 옷이나 잡화 등을 파는 고급 상점들이 모여 있어 산책삼아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베이징(중국)=남정혜 기자 jhn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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