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만기연장이 걸림돌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은행들이 알아서 할 일인데 부총리가 왜 굳이 나서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와 이 회사 재무구조개선을 주관하는 살로먼스미스바니의 관계자들은 지난 23일 진념 부총리가 국회에서 답변한 내용을 전해 듣고 난감해 했다.

진 부총리가 "하이닉스반도체가 요청한 회사채 만기연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게 발단이었다.

그의 발언이 올 하반기에 돌아오는 하이닉스반도체 회사채의 만기를 1년6개월 연장하려는 살로먼스미스바니와 채권단의 협의를 정면으로 가로 막은 것.

회사채 신속인수 협약에는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만기를 12~18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회사채 만기연장은 올해와 내년 상반기에 집중된 회사채 만기를 분산시키기 위해 협약 기준을 적용하려는 것일 뿐 예외적인 특별대우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회사채신속인수제를 시행하는 것은 양해한 상태다.

회사채 만기 연장요청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은행들과 금융감독원 일각에서 진 부총리 발언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하이닉스반도체는 부총리의 말 한마디 때문에 일반대출 만기연장을 위주로 재무구조개선계획의 틀을 완전히 바꿔 채권단과 다시 논의를 시작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재무구조개선에는 채권단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돌아오는 회사채 1조원어치를 전환사채(CB)로 바꾸는데 대해 일부 은행이 자금이 묶일까 두려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1.4분기중 7백억원의 영업이익과 6천4백억원대의 영업상 현금흐름(EBITDA)을 창출한 반도체 업체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신세가 돼버렸다.

"경쟁력없는 기업체를 무리하게 지원하다 손실을 보면서도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업종의 지원을 망설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개탄한 만프레드 드로스트 외환은행 부행장의 얘기를 곱씹어 볼만하다.

김성택 산업부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