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으로 날아오는 한국소식은 답답한 것밖에 없다.

그러나 이쪽 미국의 사정은 그 정반대다.

이봉주 선수가 보스턴 마라톤을 제패하자마자 박세리 선수가 올해 두번째 우승컵을 차지한데 이어 현대자동차의 산타페 또한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SUV) 부문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평가되는 기염을 토했다.

시속 40마일 속도에서 측정한 이번 충돌실험에서 산타페는 경쟁차종인 일본의 수바루 포레스터는 물론 도요타 RAV4 등을 포함한 여타 9종의 소형 SUV 경쟁모델들을 물리치고 왕좌에 오른 것이다.

미국고속도로안전협회(IIHS)의 충돌실험 결과가 발표되던 날 CNN NBC 폭스뉴스 등 미국의 메이저 TV들은 뉴스 시간마다 이를 주요 기사로 다루었으며 "이제 비싼 소형 SUV가 안전하다는 등식은 성립하기 어렵게 됐다"며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돼 있는 기존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실험에서 현대 산타페는 충돌시 왼쪽 다리와 발(left-leg-and-foot category)에 가해지는 충격은 물론 머리와 목(head-and-neck category) 피해 조사에서도 다른 경쟁차종에 비해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반영하듯 산타페는 이제 미국인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주문 후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귀하신 몸''이 됐다.

물론 충돌시 터지게 되어 있는 에어백 반발력 때문에 운전자의 후두부가 의자에 강하게 부딪치는 단점이 있지만 "이는 치명적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IIHS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산타페는 그러나 바로 이 단점 때문에 아쉽게도 ''최고(best pick)''라는 평가를 놓치고 ''우량(good)'' 점수에 만족해야 했다.

산타페 안전성에 대한 IIHS의 긍정적 평가는 최근 미국 양대 신문인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가 현대 XG300과 기아 옵티마를 "미국 부유층을 파고들기에 전혀 손색 없는 차"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데 이어 터진 겹경사여서 산타페는 2루와 3루에 대기하고 있던 XG300과 옵티마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인 ''장외 홈런''이었다는 것이 이곳 자동차업계의 평가다.

뉴욕 타임스는 특히 XG300에 대해 "외장이 잘 ''빠졌을(handsome)''뿐 아니라 내장도 ''극히 잘 처리되어 있어(exceptionally well finished)'' 미국 중형 고급차의 대명사인 인피니티 130, 아큐라 TL, 혼다 어코드, 그리고 도요타 캠리보다도 더 좋아 보인다"고 극찬했다.

이런 고품질에도 불구하고 "현대 XG300은 6기통의 도요타 캠리보다 3천7백달러, 닛산 맥시마보다는 2천5백달러나 싸다"고 분석한 뉴욕 타임스는 "현대는 이제 중산층과 부유층을 겨냥한 자동차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자동차 메이커"라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가 XG300을 캠리와 견준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캠리는 미국에서 지난 4년동안 ''가장 많이 도난 당한 차''라는 위치(?)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웬 도둑 얘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도둑을 잘 맞는 차일수록 더 좋은 차''라는 역설과 인식이 통한다.

도둑들이야말로 인기가 많고 좋은 값에 쉽게 팔 수 있는 차를 노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SUV는 미국 주부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미국인들에게 산타페라는 명칭은 특별한 연상작용까지 일으킨다.

서부개척 당시 동부에서 마차를 타고 로키산맥을 넘어 서부로 향하는 머나 먼 여행길은 크게 ''오리건 트레일''과 ''산타페 트레일'' 2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가 만든 산타페를 타고 산타페 트레일을 달린다는 것은 향수 비슷한 연상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감성적인 여성들에겐 더욱 그럴지 모른다.

양봉진 < 워싱턴특파원 yangbongjin@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