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협찬금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전자 통신 반도체 등 소위 ''잘 나간다''는 기업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협찬공문이 날아들고 있으며,최근들어서는 그 빈도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대비, 생색내는 선심성 행사를 경쟁적으로 개최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돼 기업들이 가뜩이나 긴축을 하고 있는 형편에 지자체의 협찬금 요구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전경련이 1백개 기업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99년도의 매출액 대비 준조세 비중이 0.74%로 회사당 평균액은 1백77억원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지원된 돈이 포함돼 있긴 하다.

그러나 연구비 비중이 0.5%임을 감안할 때 이는 대단히 높은 수치임에 틀림없다.

해마다 준조세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무작위로 추출한 몇개 기업의 예를 보면 지난해는 전년에 비해 준조세 비중이 늘었고, 더욱이 올해는 내년의 지자체장 선거를 겨냥한 홍보성 행사들이 많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준조세 성격을 띤 갖가지 명목의 협찬금이 많을 수록 제품원가를 높이고 이는 결국 소비자인 주민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자체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행태는 여러가지이다.

지역행사 및 축제를 벌이면서 협찬금과 기부금품을 요구하는가 하면, 각종 상금과 기금출연을 유도하기도 한다.

학교운영회비와 경로당기부금을 요청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자발적인 참여로 포장돼 있지만 이는 반강제에 다름아니다.

관청문을 드나들며 협조를 받아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지자체의 요청을 딱부러지게 거절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건설업체에 도로나 교량 등 지역기반시설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순수한 문화 학술 환경 등의 사회단체와는 달리 지자체들이 기업에 손을 벌리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선거용으로 의심을 살만한 협찬금이라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데다 중앙정부의 재정보조마저 줄어 어쩔 수 없다는 지자체의 속사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이를 기업들에 떠넘길 일은 결코 아니다.

지자체는 ''기업하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고, 기업을 위한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일에만 주력해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