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李建熙) 삼성회장의 장남 이재용(李在鎔)씨에 대한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결정은 여러가지로 관심사다.

참여연대가 이씨 등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BW) 취득과 관련,문제를 제기한지 2년여만에 내려진 증여세 부과결정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여부는 아마도 앞으로 상당기간이 지나야 최종적으로 판가름날 것이다.

쟁점은 두가지다.

하나는 BW 취득에 따른 이익이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비상장기업 주가를 인터넷 거래가격으로 보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에 비추어 볼때 첫번째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으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만도 않다.

지금까지 법원은 법에서 명백히 증여로 열거하고 있는 경우 외에는 국세청쪽 손을 들어주지 않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만 되새겨보더라도 그러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중 증여세 관련부분의 주종이 무엇을 증여로 봐 과세할 것인지를 정하는 이른바 ''증여의제'' 규정인 것도 그런 연유에서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금융상품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시대에 무엇이 증여인지를 일일이 열거해야 하는 식의 엄격한 조세법률주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그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상속세법 40조 ''전환사채 이익에 대한 증여의제'' 조항을 ''전환사채 등에 대한 증여의제''로 고치면서 종전의 ''전환사채''에서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기타 주식으로 전환.교환하거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기 전까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 개정취지가 새로운 금융상품 출현에 따른 과세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재경부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는 점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세청이 삼성SDS 주가를 인터넷에서 거래된 5만8천원으로 봐 과세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인터넷에서 거래된 소량의 가격을 과연 대표성있는 시가로 볼 것인지는 국세청의 판단에 달린 문제지만, 논란의 여지는 한둘이 아니다.

상속세법은 상속.증여재산 평가를 시가로 하되(60조) 비상장기업 주식은 손수익가치와 순자산가치중 높은 쪽을 따르도록 별도규정(법63조 시행령 54조)을 두고 있는데, 인터넷가격을 시가로 볼 경우 비상장기업 주식평가방법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삼성에만 국한될 일도 아니다.

이씨 등에 대한 증여세과세결정에 참여연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도 그들이고, 작년말께부터는 국세청 앞에서 장기간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며 과세를 촉구하기도 했다.

시민운동단체 입장에서 보면 큰 일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무행정 측면에서 보면 다소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는 여지도 없지만은 않다.

세정이 여론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조세법률주의에 반하는 결과를 빚어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법원에 가서 과세결정이 취소되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분위기나 여론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고 보는 세무행정이어선 곤란하다.

언론사 세무조사결과 공개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바로 그런 점에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세무공무원이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된다는 국세기본법 규정(81조의 8)은 세무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납세자보호와 경제안정을 위해 훼손돼선 안될 조항이다.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그렇기 때문에 오류도 있을 수 있는게 세무관련업무고, 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세무조사결과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도 범죄적인 탈세라면 사법처리과정에서 세무조사 결과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돼있기도 하다.

세무조사결과를 공표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언론사에만 그칠리도 없을 것이고, 그럴 경우 어떤 꼴이 빚어질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을 고쳐서라도 세무조사결과를 공개토록 하자는 주장도 없지 않은 모양인데, 세무조사 받는다는 소문만으로도 경영에 문제가 생기는 업체들이 태반이라는걸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조세법률주의가 여론이나 분위기에 밀리는 계절은 아닌지, 모두 생각해볼 일이다.

/본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