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오(Eugene Ohr:한국명 오민석)를 잡아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선 등 대기업들이 미국 캐피털펀드의 한국 담당 펀드매니저인 유진 오를 맞을 준비로 부산하다.

LG전선과 현대자동차는 유진 오를 위해 별도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 놓았다고 23일 밝혔다.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유진 오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선의 IR(기업설명회) 담당자를 차례로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캐피털펀드의 도쿄지사에 근무하는 한국 증시 담당자로 한국계 미국인이다.

캐피털펀드는 삼성전자 포항제철 SK텔레콤 등 대표적인 블루칩에 무려 1백50억달러(19조원·추정치)를 투자한 큰손이다.

이 엄청난 금액을 어느 회사에 얼마씩 투자할 것인지는 그와 성 리(한국명 이성)라는 두 명의 펀드매니저 손에 달려 있다.

국내 기업들이 그를 극진히 대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한 IR 담당자는 "캐피털펀드에서 미팅을 요청하면 IR를 담당하는 간부가 그들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지분의 7.3%(3월 말 기준)를 내준 삼성전자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팩스나 전화로 기업현황을 ''보고''하고 공항으로 직접 영접을 나갈 정도로 오씨에게 각별한 대접을 하고 있다.

지난해 캐피털펀드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었을 때는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 정연주 삼성SDI 경영지원팀장,SK텔레콤과 신한은행 등 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이 대거 참석해 경영실적을 설명했다.

정부 대표도 나와 한국의 금융정책과 투자환경을 홍보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를 폈다.

일정상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삼성전기 간부는 올 2월 직접 도쿄사무소로 찾아갔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캐피털펀드는 2∼3년 장기투자를 원칙으로 1천9백80억달러의 자산을 굴린다.

CRMC(연기금펀드),SIIE(중장기펀드) 등 여러 개의 계열 펀드들을 통해 분산 매수하기 때문에 한국 증시에 총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정확히 집계된 자료가 없다.

다만 4월 초 기준으로 삼성SDI(지분율19.07%) 삼성전기(11.8%) 현대자동차(8.07%) 삼성전자(7.3%) LG전선(7.27%) 한국전기초자(6.16%) 현대산업개발(5%) 포항제철(2.64%) SK텔레콤(1.86%)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