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통상마찰 이야기 하나.

지난 3월초 차관보급을 단장으로 한 중국 정부 대표단이 굳은 표정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이들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등을 방문하며 중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지난해 1백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봤다며 수입 확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유연탄 옥수수 소금 수입을 늘려줄 것과 지난해 약속한 마늘 수입을 하루빨리 이행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폴리에틸렌(PE)과 휴대폰 수입을 중단시킬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정부에 비상이 걸린건 당연했다.

정부가 약속한 물량은 모두 수입했다며 중국측 억지에 말려선 안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허공의 메아리로 끝나고 말았다.

결국 양국 통상장관이 만나 민간이 자율로 수입키로 한 물량을 정부가 책임지고 사주기로 약속했다.

정부는 시장거래가격보다 싼 값에, 그것도 중국이 요구한 기한보다 두달의 여유를 확보한 유리한 협상이었다고 자랑했다.

마늘을 사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수입대금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마늘농가의 반발은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 3차 마늘분쟁은 없을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도 없었다.

이상한 통상마찰 이야기 둘.

일본정부가 한국산 폴리에스터 단섬유에 대해 덤핑조사에 착수할 조짐이 있다는 사실이 포착된건 지난 2월초.

주 일본대사 등이, 1백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보는 일본이 6백50만달러어치의 단섬유를 문제삼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요지로 일본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국산 제품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전격 발표했다. 건국이래 한국산 제품에 대해 일본 정부가 취한 첫 덤핑조사였다.

교과서 문제로 양국 관계가 좋지않은 마당에 터져나온, 일본의 초강수였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일본의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 꼬투리를 잡아 강력 대응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이 타깃이 아니다"는 일본 당국자에게 속았다며 뒤늦게 분노했다.

1백억달러 넘는 흑자를 낸 중국에 밀린 통상외교가 이제 1백억달러 넘는 적자를 낸 일본에도 무방비 상태로 당할 처지에 놓였다.

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