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성공적인 시장경제로 이행하는데 있어 최우선적 과제는 기술혁신이다" 이는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의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중국은 지난 몇년간에 걸쳐 기술혁신 중심의 국가혁신체제(National Innovation System) 정비에 박차를 가해 오고 있다.

국가혁신체제 개편의 기조는 과학기술 중심의 성장전략을 의미하는 과교흥국(科敎興國)이다.

또 이를 위해 자원의 선택과 집중으로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온주일두(穩住一頭:한쪽을 틀어쥔다는 의미)''와 성과의 응용과 산업화로 경제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방개일편(放開一片:한쪽을 개방한다는 의미)''이라는 양대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이미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들의 주목대상이 되고 있다.

◇투자증대와 핵심기술 육성=중국의 연구개발투자는 미국 달러로 단순 환산할 경우 지난 98년 약 67억달러를 기록했다.

구매력 기준으로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다.

어쨌든 절대규모로는 세계 13위 정도지만 GDP 대비로는 0.7%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조만간 GDP 대비 1.5%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온주일두''전략에 걸맞게 상당한 기초과학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여러 산업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첨단재료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생명공학 정보기술 산업자동화 그리고 에너지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혁신체제의 대대적 수술=정부연구소 개혁에는 ''소수를 중점 육성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방출한다''는 원칙이다.

핵심 연구분야에 대해서는 정부연구소의 정예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되 나머지는 기업연구소나 기술서비스 업체로 전환시키고 있다.

또한 중점대학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이를 시범으로 나머지 대학들을 개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학·연 협력을 위해 인력의 유동성 촉진과 세제ㆍ금융지원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학·연 협력도 기술이전에서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발전하고 기업주도형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방개일편''전략을 바탕으로 국가과학기술단지는 이미 53개에 달했고 이들은 수출지향형 기술거점으로 급변하는 중이다.

이미 2백개를 넘어선 창업보육 및 기술혁신센터도 조만간 5백개로 늘릴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등 전문창업센터,해외유학생 창업센터,해외진출형 중국기업과 외국기업들을 연계한 국제창업센터 등 이들 창업센터와 벤처자본 연계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벤처기업들을 위한 별도의 ''차스닥''도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외 개방성도 강조되고 있다.

연구프로젝트를 대외적으로 개방하고 유럽연합 연구개발계획 등 외국의 연구프로젝트 참여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동시에 이미 중국의 수출입과 고용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연구능력을 국가혁신체제내로 편입시키고,그동안 논란이 돼온 특허법 또한 국제수준에 맞게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폭발력은 현실적 위협=중국의 이런 국가혁신체제 정비는 소극적으로 보면 미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중국의 산업들이 WTO 가입과 함께 부딪칠 시련에 대비한다는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보면 이는 새로운 기술강국을 지향한 대대적 체제 정비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간단히 보아 넘길 게 아니다.

몇년전부터 우리는 중국 등 후발국과 선진기술국 사이에 끼여있는 소위 ''넛-크랙트(nut-cracked)''상황이라는 게 자체평가였다.

하지만 위기상황을 묘사한 평가치고는 여전히 기술과 산업발전의 ''연속성(continuity)''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보기술 바이오 나노기술 등 신산업의 경우 이런 연속성을 용납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얼마든지 과거와의 단절이 가능하고 비약과 추월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의 폭발력이 현실적 변수가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중국이 몰고 올 기술경쟁의 판도변화로 인해 우리는 산업 및 기술발전 전략을 조만간 전면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