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이나 증권회사 직원들에게는 한가지 불문율이 있다.

투자대상에 대해 나쁜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기업은 물론 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팔때 팔더라도 추상적으로 좋게 얘기하고 그것마저 어렵다면 잘 모른다는 이유로 피한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좋다고 하다가 갑자기 자금을 빼 ''IMF 경제위기''를 가져온 것도 그들이 입장을 바꾼게 아니라 한국정부가 그들의 ''립서비스''를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별적인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할 경우 사전에 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인터뷰 내용까지 미리 알려준다.

회사 대변인격인 스타급 애널리스트나 이코노미스트들만 주로 언론에 등장하는 이유다.

때문에 실제 자금을 움직이는 펀드매니저들의 속내를 들으려면 아주 사적으로, 그것도 비보도를 전제로만 가능하다.

물론 그렇게 해서 듣는 얘기는 일부의 견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일부가 전체의 생각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전문가가 흔치 않은 월스트리트에서 나오는 한국관련 언급들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요즘 한국에 대해 ''투자와 투기론''을 부쩍 얘기한다.

겉으론 한국 투자확대를 말하지만 내부적으론 이미 한국을 투기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지 않고 일시적인 재료가 있을때 한탕 치고 빠지는 그런 시장이란 설명이다.

IMF 이후 각종 개혁을 외쳤지만 가시화되는게 거의 없고 기업경영도 과거와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평가에서다.

실제로 이들은 한국의 대표적인 우량주들조차 장기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하로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증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정상적인 투자시장은 한번 봄이 오면 다음엔 여름이 오는 사이클을 그린다.그러나 투기시장엔 언제 다시 한랭전선이 몰아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다행히 정부는 우리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외국인들의 투자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전망이 제발 외국 투자자들의 ''립서비스''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IMF 경제위기 직전처럼 말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